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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일장기 지운 언론의 용기”…‘일장기 말소사건’, 8월의 독립운동 선정

  • 허훈 기자
  • 입력 2025.08.0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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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투데이]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손기정 선수의 시상식 사진 속 가슴의 일장기를 지워낸 언론의 ‘침묵 없는 항의’가 89년 만에 다시 조명됐다. 국가보훈부는 이 사건을 2025년 ‘8월의 독립운동’으로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당시 동아일보와 조선중앙일보는 손기정, 남승룡 선수의 쾌거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국민적 자긍심을 높였다. 그러나 일본 식민 당국의 검열이 극심하던 시기, 조선중앙일보는 8월 13일 자 지면에 시상식 사진을 싣되, 두 선수 유니폼 가슴에 박힌 일장기를 지운 채 게재했다. 동아일보 역시 흐릿하게 수정된 사진을 실었고, 결국 같은 달 25일 동아일보 석간은 아예 일장기를 완전히 삭제한 사진을 실으며 언론의 저항은 극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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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일본 당국의 눈에 띄었고, 즉각적으로 동아일보의 발매 및 배포가 금지되었다. 경찰은 편집 책임자를 포함한 관련자들을 연행했고, 동아일보는 열흘 뒤인 8월 28일부터 무려 10개월간 정간됐다. 조선중앙일보도 자진 휴간을 선언하며 같은 해 폐간 수순을 밟았다.


국가보훈부는 이 사건을 두고 “단순한 언론 탄압이 아니라, 식민 지배에 맞서 민족의식을 고취하고자 했던 언론의 항거이자 민중의 자존을 지키려는 저항”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손기정 선수의 금메달 소식조차 일본 국기 하에서 보도돼야 했던 현실 속에서, 언론인들은 무언의 방식으로 ‘우리의 선수’임을 지켜냈다.


‘일장기 말소사건’은 일본의 철저한 언론 통제와 그에 맞선 언론의 자각과 투쟁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식민지 시기 조선 언론의 현실과 저항의 역사를 생생히 보여준다. 보훈부는 “언론이 목숨을 걸고 지워낸 그 작은 표식 하나가 당시 조선 민중에게는 큰 위로이자 자부심이었고, 침묵하지 않은 기록의 힘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보훈부는 매달 ‘이달의 독립운동’을 선정하기 위해 국민 추천을 받아오고 있다. 올해 8월의 후보로는 정미의병(1907), 대동창의단 결성(1908), 성명회 조직(1910), 조선사회당 조직(1917), 대한여자애국단(1919), 신한청년당 창당(1918), 대구 24부대 학병 탈출 사건(1944), 조선건국동맹 조직(1944) 등이 올랐다.


손기정의 발자취 위에 언론의 의지가 겹쳐지며, 2025년의 우리는 다시 한 번 “지워낸 일장기” 속에 깃든 자유와 저항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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