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라스베이거스 CES 전시장에서 미국 기자 패트릭 조지의 손에서 휴대폰 카메라가 멈추지 않았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지크(Zeekr)의 '001 FR' 모델 시승 중 브레이크 페달을 밟자 자동으로 도어가 잠기는 기능에 매료된 그는 "이건 기술이 아니라 마법"이라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옆에 있던 동료 기자의 "중국에선 이미 기본 기능인데"라는 핀잔에도 그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2025년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 현장을 강타한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기술 돌풍을 목격한 순간이었다.
소니·삼성 등 전통적 테크 기업들의 무대였던 CES는 올해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의 독무대로 변모했다. 브레이크 작동과 연동된 스마트 도어 시스템부터 트렁크에 수납된 접이식 드론, 운전대 앞에서 게임이 가능한 초대형 스크린까지 선보인 중국 기업들에 대해 현지 전문가들은 "4개의 바퀴가 달린 스마트폰"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샤오펑(XPeng)이 공개한 분리형 비행차 '육상 항공모함'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상부의 2인승 드론과 하부의 자율주행 차량이 결합된 이 컨셉트카는 테슬라 사이버트럭을 상대적으로 수수해 보이게 할 정도의 파격적 디자인을 자랑했다.
차량 내부 기술 경쟁에서도 극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창청(长城) 웨이파이(魏牌) '블루마운틴' 모델에 탑재된 27인치 초광각 스크린을 목격한 미국 기자가 줄자를 꺼내 측정하며 "우리 집 TV보다 크다"고 탄성하는가 하면, BYD 전시차량에서는 엔비디아 클라우드 게임 기술을 적용한 '사이버펑크 2077' 실시간 플레이가 공개되자 SNS에 "교통정체時 게임 멀티플레이 시대 개막"이라는 반응이 폭발했다.
이 같은 변화는 2016년 베이징 신에너지차(北汽新能源)가 차량 인터넷 시스템을 첫 선보였을 당시 "전시장을 잘못 찾은 것 아니냐"는 조롱을 받던 상황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2025년 현재 CES 차량 전시 부스의 35%를 중국 기업이 점유하며, 지크는 레이저 프로젝션으로 자율주행 경로를 공중에 구현하는가 하면 NIO(니오)는 전시장 외부에 3분 완속 충전 스테이션을 설치해 실시간 시연을 선보였다. 포드 직원의 "중국계 관람객이 우리의 10배"라는 혀짧은 소리가 당시 분위기를 대변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중국의 기술 우위는 두드러졌다. 베이싱테크놀로지(北醒科技)의 신형 AD2 레이더는 120m 거리에서 음료캔 식별이 가능해 미국 최고 수준 제품(30m)을 압도하는 성능을 과시했다. 지크는 이스라엘 모빌아이와 손잡고 2024년 L4 자율주행 차량 양산을 계획한다고 발표하는 한편, 위라이드(文远知行)는 L2~L4 등급에 모두 대응하는 모듈식 센서 시스템을 공개하며 기술 유연성을 입증했다. 반면 미국 자율주행 업체들은 아직도 '운전대 유지 여부' 논쟁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같은 기술 도약의 배경에는 화창베이(华强北) 전자상가의 초고속 공급망이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용 칩부터 AI 음성인식 모듈까지 모든 부품을 1일 내 조달 가능한 이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레고 블록 조립하듯 기술 실험을 반복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BYD 관계자는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1년 만에 방언 인식이 가능한 AI 어시스턴트를 개발했다"며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주기보다 빠르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국 내 '월별 신차 출시'라는 극한 경쟁 환경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켰다는 분석이다.
CES 폐막 후에도 중국 기업들을 향한 문의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크 전시차량 체험 예약이 3개월짜리 대기명단으로 채워진 가운데, BYD는 엔비디아와 클라우드 게임 기술 협력 계약을 체결한 직후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전기차 도입을 논쟁할 때 중국은 이미 완성차로 세계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라스베이거스 인근 고속도로가 중국제 스마트 전기차로 가득 차는 미래를 예고했다. 기술 박람회의 중심축이 이동하는 소리가 여기서도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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