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족이 한국에서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 등장’이라는 움직임이 감지돼 펜을 들어본다. 물론 현재 한국에서 정치적 권리를 지닌 조선족은 그 수가 제한적이지만, 공개적으로 드문드문 ‘특정 정당을 지지 선언’ 또는 ‘특정 후보를 성원한다’는 성명을 내는 현상으로 비추어 볼 때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므로 ‘한국 정치에서 재한조선족의 비중’을 미리 전망해 보고자 한다.
하나, 대한민국 현재를 위해 조선족은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 등장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래 지역색의 정서가 짙게 밴 한국의 정치국면에 조선족마저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 등장하면 곤란하다. 더구나 지역색을 띤 한국의 정치판에서 특정 정당의 장기판 ‘졸’로 이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러다 보면 결국 한국 사회에서 조선족은 특별히 자신의 이익집단을 형성하기도 전에 수효가 극히 적은 소집단으로 낙인찍히고 외면당할 가능성이 100%다. 아직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조선족에 대한 막연한 따돌림이 존재하는 한국사회 현실에서 공식적인 정치 개입은 조선족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할 수밖에 없다.
작금의 조선족은 같은 이익집단을 형성할 여건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
재외동포법이 발효된 후, 십여 년 동안 한국정부의 ‘조선족 분열책동’ 비스름한 정책으로 말미암아 재한조선족과 미래형 재한조선족은 이미 계층 간 신분이 확연하게 나뉘어있다. 우선 국적이 회복돼 한국의 국민이 된 노인세대와 그 직계 후손들을 조선족 시선에서 볼 때, 기득권층이다. 다음 F-4 비자 제도로 장기 거류증을 받은 조선족들은 기득권층과 비기득권층 간 모호한 존재다. 이어서 H-2 비자 노무자 신분으로 입국한 조선족은 미득권층이고 하층으로 분류한다.
얼핏 보기에도 세 집단의 계층은 서로 추구하는 이익과 정치 참여 권리도 다르다. 조선족이 한국에서 단합돼 통일된 정치 세력으로 등장하자면 우선은 장기 거류증 신분인 지식계층에서 뜻을 같이하는 자들이 정치 지도자 집단으로 집결돼야 하고, 그 지도자 집단이 H-2 노무자들의 이익을 대변해 정책 방향을 담을 강령을 새로 제정하고 그런 정책강령들은 또 유권자인 기 국적획득자들을 통해서만 한국정치권에 명함을 내밀 수 있다. 이익 목표가 다른 두 계층. 즉 상위에 있는 기득권층 및 모호한 존재가 과연 하층을 대변할 의향이 있을까.
절대 이뤄질 수 없다. 물론 뜻을 함께할 수 있는 무리는 조직하기 쉽다. 원래 사람들은 가진 것이 없을 때는 단합이 잘된다. 그러나 이익을 함께 할 수 있는 무리는 조직하기 어렵다. 그러한 붕당은 자연적으로 이익을 좇으면서 형성돼야 한다. 회사와 같은 조직은 이익을 함께 하는 무리다. 양심도 속일 수 있고 회사의 이익에 무조건 충성만이 그 회사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그래서 뭉칠 수밖에 없고 단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H-2 비자와 F-4 비자를 가진 사람들 그리고 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은 서로 공동의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뜻을 같이할 친구 ‘友’에는 아무런 먹을 게 없다. 하지만 이익을 함께 할 친구 ‘朋’은 고깃덩이를 두 덩어리를 나란히 놓은 형태로 돼 있고 그 의미 또한 ‘차려진 고깃덩이 두 덩어리를 각각 공평하게 나누어 가짐’을 말한다. 만약 F-4 비자 범위를 더 개방한다고 하면 H-2 취업 비자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또 F-5 비자의 취업 범위에 H-2 비자를 개방하면 F-4 비자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가 ‘값’이 떨어진다고 투덜댈 것이다. 더군다나 이와 같은 외국 노동자와 이익을 함께하는 H-2 비자와 F-4 비자를 대변해 자기 자신의 권리를 내줄 국적자들은 토박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외국 노동자와 토박이들 간 벌써 일자리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에서 재한조선족이 정치권에서 자기 자신들의 대변인을 찾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또 그렇게 분열될 수밖에 없고 이미 분열된 조선족 사회를 대변해 줄 기존의 정치인은 절대로 없다. 그건 그 정치인의 정치생명을 조기 결속 지을 수 있는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혹자는 “‘조선족이 가지고 있는 투표권’에 기대를 걸면서 그와 같은 정치인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고 말하곤 하지만, 그것은 한국의 정치 생리를 전혀 모르고 마치 ‘잠꼬대’ 같은 소리를 남발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조선족의 한 표를 얻기 위해서 토박이 다섯 표를 떼일 위험천만한 법안을 누군가 발의한다면, 아마 당내에서 ‘미친놈’이라고 당장 철퇴를 맞을 것이다.
또 혹자는 ‘이자스민’을 예로 들면서 “순수 외국인 귀화자에게서 모두 국회의원이 비례대표로 나왔는데 왜 동족인 조선족에게서는 그런 의원이 없는가” 하면서 투덜댄다. 그 귀화자대표 이자스민은 이미 조선족 귀화자까지 대표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그 이상 더 조선족에 대한 특혜를 바란다는 것은 조선족을 한국사회에서 고립시키는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조선족 노무자를 배려해준 노무현 대통령에게 감격해 마지않는 H-2 눈물과 일전 대선 때 공식적으로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을 발표한 모 재한조선족(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이 주측이 된 모임)들 모습에서 이미 단일이익을 위한 재한조선족의 이익집단은 형성될 수 없음을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한편 이런 분열된 모습이야말로 대한민국에는 바람직한 모습이다. 각 개인이 본래 한국인의 모습으로 돌아가 토박이보다 더 토박이답게 한국 사회에 녹아들면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주인공이 된 모습이고 자기 자신을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지 않고 얼토당토않게 자기 자신들이 무슨 대한민국 채권자의 자식인 양 대한민국에 과분한 요구를 하거나 한국 사회 적응과 융화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기름처럼 둥둥 떠다니는 모습은 그야말로 부평초 신세며 한국 사회에서 ‘소수 무리 - 조선족’으로 따돌림당할 게 뻔한 이치다. 조선족 모두가 한국에 귀화(?)한다고 하더라도 기껏해야 2백만 미만인데 인구의 4%도 안 되는 비중으로 무슨 독자적인 정치세력이 되겠다고?!<연통>
주: 본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동포투데이 & www.dspdaily.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
한중 외교의 민감한 분기점, 반중 극우 시위 수사의 의미
글 | 허 훈 최근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중국 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극우 단체 ‘자유대학’의 반중(反中) 시위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세력으로 알려진 이 단체는 7월 22일 집회에서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과 다이빙 대사의 얼굴이 인... -
진실과 거짓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가 ?
“말은 곧 사람이며 철학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도 자주 이 말을 의심하게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처음 한 말과 뒤에 하는 말이 달라지고, 책임지지 못할 말들이 쉽게 쏟아지고, 중요한 질문 앞에서는 말을 돌려버린다. 거짓이 진실보다 빨리 퍼지고, 침묵은 무기처럼 쓰인다. 누군가 말한다. 하지만 듣지 않... -
“무비자도 독점 장사? 한국 관광정책의 속 좁은 계산”
글 | 허 훈 한국 정부가 중국 단체관광객에 한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겉으로는 양국 교류 확대를 말하지만, 세부 규정은 자유여행객을 철저히 배제하고 8개 지정 여행사만 이용하도록 했다. 한마디로 관광을 ‘공공 외교’가 아닌 ‘특정 기업 수익사업’으로 보는 발상이... -
반중 정서, 불안한 사회가 만든 혐오의 정치학
글 | 허훈 2025년 들어 동아시아와 서구 곳곳에서 반중 정서가 노골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중국인 상점이 파손되고, 도쿄 거리에서는 관광객이 폭행당하는 일이 잇따른다. 단순히 범죄의 숫자가 늘어난 문제가 아니다. 그 장면들은 불안한 시대가 만들어낸 상징이자, 사... -
일본 패망 이후, ‘한간(漢奸)’ 처벌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동포투데이]1945년 8월 15일, 중국 전역은 14년간 이어진 항일전쟁의 승리 소식으로 들썩였다. 당시 언론 <대공보(大公報)>는 대형 활자로 “일본 투항!”을 전하며, 수많은 중국인들이 기다려온 순간을 알렸다. 그러나 전쟁의 종결과 동시에 민중의 관심은 ‘일본에 협력한 한간(漢奸) 처벌’로 향했다.... -
침묵과 왜곡을 넘어, ‘기억’이라는 저항
일본의 교육 현장에서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 시도는 오랜 과제였다. 특히 극우 단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つくる会)’이 만든 ‘신しい歴史教科書’(New History Textbook)는 난징대학살, 위안부, 기타 제국주의적 침략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미화하는 내용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이 교과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