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연변대학 새일대관심사업위원회(약칭 ‘관공위’关心下一代工作委员会) 에서는 2017년 가을 어느 주말에 대학 공청단위원회와 함께 안도현 혁명교육기지 참관 행사를 마련하였다. 대형버스를 탑승하고 고속도로 한 시간 정도 주행해 안도현 정부 소재지 명월진에 이르렀다. 지난 여름에 홍수 피해로 이곳 주민들이 많이 고생하였다고 들었는데 복구사업을 잘 해서 2,3개월 지난 뒤에 그 피해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안도현 인민대표대회 부주임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고 동행하면서 오늘 행사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많은 수고를 하였다.
안도현 소재지를 벗어나 버스로 약 30분 정도 달리니 신합향십칠가(新合乡十七街)에 이르렀다. 아스팔트 포장도로 옆에 있는 모 기관 청사 정원에 동북항일연군 2군 지도부 장령들의 늠름한 모습이 커다란 조각상으로 제작되어 높이 세워져 있었다.
동북항일연군 제2군(약칭 2군)은 중국 공산당의 영도 하에 조직된 항일무장대오로서 주로 한족, 조선족 등 민족으로 구성되었다.2군은 1936년 3월에 안도 신합향 미혼진(新合乡迷魂阵)에서 원 동북인민혁명군 제2군을 동북항일연군 제2군으로 개편했다.
2군 군장으로는 왕덕태(王德泰), 정치위원은 위증민(魏拯民), 참모장은 류한흥(刘汉兴)이었다. 산하에 3개 사가 있었고 병력은 대략 2천여명이였다. 2군은 주로 길림성과 흑룡강성에서 무장투쟁을 전개하면서 혁혁한 전공을 이룩하였다.
2군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항일투사로는 조선족 <여장군>이라고 불리운 허성숙(许成淑)이다. 조각상을 측면으로 보니 뒤에 군복 차림을 한 여성이 씩씩한 자태로 서 있는데 이 분이 아마 <여장군> 허성숙일 것이다.
▲ 사진제공 : 김병활
기념촬영을 마친 뒤 다음 목적지 - 영경향 대사하툰(大沙河屯)에 위치한 2군 밀영유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버스는 먼저 민속촌으로 유명한 만보향홍기촌에 이르러 잠간 휴식하였다. 그리고지난 세기 노동모범 류창은씨가 고산지대에 적응된 벼 품종을 개발했다는 사적을 떠올리면서이 지역에서 보기드믈 정도로 넓은 만보향 수전 벌판을 차창 너머로 바라보며 갈길을 재촉했다.
대사하툰 2군 밀영유적지에 이르니 규모가 큰 민속박물관이 나타난다. 지금 지방 정부에서는 여기에 홍색 관광과 만족민속관광을 결합해 규모가 꽤 큰관광지를 조성하였다. 입장료는 120 위안이라고 밝혔는데 안도현 인대회 부주임의 도움을 받아 우리 일행은 특수 할인을 받은 것 같았다.
밀영유적지에 복구된 당시 항일 전사들이 주둔하고 있었던 허름한 집들을 보면서 그들이 겪었던 어려움과 그런 환경에서 용감히 항일 무장투쟁에 떨쳐나선 영웅 기개와 완강한 의지력에 가슴이 찡해났다. 여기서 남달리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대사하전적 기념관 앞마당에 세워진 항일 <여장군> 허성숙의 조각상이다.
허성숙 조각상 뒤에 있는 기념관 안에는 아주 큰 편폭으로 허성숙의 영웅적 사적을 소개하고 있다.
허성숙, 여, 조선족, 1915년 안도현 중평촌 출생, 허성숙은 어려서부터 중평촌 농민학교에서 공부하면서 항일구국사상을 받아들였고 마을에서 전개되고 있는 반일활동에 적극 참가하였으며 1931년에는 소년선봉대에 가입하였다.
1933년 중국공산주의청년단에 가입하면서 반일투쟁에 적극 투신하였다. 1933년 허성숙은 연길현유격대에 가입하였다.
<여장군>으로 불린 허성숙(許成淑)은 동북항일련군 제2군 제2사 제1퇀 제1련의 첫 여기관총사수였다. 그 뒤 그는 기관총반의 반장을 담임하고 선후로 임강, 묘령, 안도 등지의 몇차례 전투에서 많은 적을 소멸하여 빛나는 전과을 올렸다.
1939년 8월 23일 대사하전투때 그는 통양촌에서 적의 증원병들을 혼자서 저격하다가 영용히 희생되었다.
▲ 사진제공 : 김병활
우리일행은 허성숙의 영웅적 사적에 더없이 감동 되였고 그의 조각상앞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한 뒤에도 앞 다투어 개인 기념촬영을 하였다.
안도에서 있은 그날 행사를 마무리하고 돌아오면서 나는 우리 신변에 일찍 허성숙과 같은 우리 민족의 항일 영웅들이 있었는데 왜 여태까지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하고 자신을 반성하였다. 귀가 후 여기저기서 자료를 찾아보니 1982년에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출판한 <장백의 투사를 – 연변항일열사전>에서 김태갑씨가 ‘항일연군의 <여장군>’이라는 제목으로 수집 정리한 허성숙의 사적이 상세히 소개되여 있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나는 앞으로 남은 인생이 얼마 안 되겠지만 우리 민족의 영웅 인물을 소개한 책들을 잠짬이 열독하고 그들의 초심을 기리면서 지난 세월 세속에서 다소 오염된 자신의 영혼을 깨끗이 청소하면서 부끄러움 없이 살아가야겠다고 다짐을 하였다.
글 :김병활
BEST 뉴스
-
왜 예술인에게 ‘재교육’이 필요한가?
6월의 비는 쉼과 시작 사이를 적신다. 벌써 반년이 지나고, 빗소리는 지나온 시간에 안부를 전하듯 마음을 두드린다. 그리고 지금, 그 빗줄기처럼 우리에게 용기를 속삭인다. ‘다시 시작하라, 다시 배움에 도전하라’ 라고... 무용, 음악, 미술, 연극, 뮤지컬 등, 예술을 전공한 수많은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 -
엇갈린 시선, 닿지 않는 마음 — 한중 젊은 세대의 온도차
● 허 훈 최근 한국에서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가 중국 온라인 공간에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 청년층의 다수가 중국을 ‘가장 비호감 가는 국가’ 중 하나로 꼽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수치는 마치 이웃이 적의를 품고 노려보는데도, 정작 당사자는 시선조차 주지 않는 기묘한 장면처럼 ... -
“나도 드라마 속 ‘가난한 사람’이 되고 싶다”
● 허 훈 가난한 사람을 다루는 드라마를 네 나라, 한국·미국·중국·일본의 작품을 함께 놓고 본다면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네 나라 중 유독 한 곳만, 가난이 너무도 ‘예쁘게’ 포장돼 있다. 바로 중국이다. 요즘 중국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미드·한드·일드나 본다”는 말이 유행처럼 ... -
디아스포라와 AI 시대, 한글교육의 도전과 과제
허 훈 | 칼럼니스트 “디아스포라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지난 6월 23일 서울 종이나라박물관에서 열린 ‘지구촌한글학교미래포럼’ 제10회 발표회에서 전후석 다큐멘터리 감독이 던진 이 말은 한글교육의 본질과 미래를 깊이 성찰하게 하는 표현이었다. 한글교육은 더 이상 단순한 문자 교육... -
“중국이 최대 피해자”?…美·伊 전쟁 프레임 뒤에 숨은 불안한 백악관
미국 언론이 “미국과 이란이 충돌할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중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이, 테헤란의 폐허가 된 거리에서는 한 청년이 무너진 벽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에겐 시간이 있고, 제국에겐 최후통첩뿐이다.” 이 짧은 문장은, 대결 국면의 중심에서 중국을 지목하는 서방의 담론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 -
역사 속 ‘신에 가까운’ 일곱 사람…제갈량도 5위 밖, 1위는 누구였을까
각 시대마다 역사 흐름을 바꾸는 탁월한 인물들이 등장해왔다. 이들은 그 지혜와 능력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신과 같은 존재’로 불리며 사회와 문명의 발전을 이끌었다. <삼국연의>로 널리 알려진 제갈량은 이러한 인물 중 대표적으로 손꼽히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는 그조차도 ‘신인’ 순위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들...
NEWS TOP 5
실시간뉴스
-
중국인 아이돌의 한마디에 ‘집단 분노’… 한국 사회의 불안한 자화상
-
중국 축구, 끝없는 추락에 해체론 재점화
-
“감독만 바꾸면 나아질까”…中 축구, ‘20년 책임 전가’의 민낯
-
‘홍대 중국인 커플 폭행’, 언제까지 외국인 혐오에 눈 감을 것인가
-
“억제”의 환상, 전쟁의 불씨가 된 서태평양…수천만 생명 위협하는 핵 시나리오
-
디아스포라와 AI 시대, 한글교육의 도전과 과제
-
'축구 굴기'의 허상, 국가 통제 축구의 비극
-
“나도 드라마 속 ‘가난한 사람’이 되고 싶다”
-
“중국이 최대 피해자”?…美·伊 전쟁 프레임 뒤에 숨은 불안한 백악관
-
엇갈린 시선, 닿지 않는 마음 — 한중 젊은 세대의 온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