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 씹어먹어
사탕 씹어먹어
▲ 사탕
엄마가 새벽같이 일어나서 밥을 지어놓고 거울을 마주하는 날은 장보러 가는 날이였다.
그만큼 우리집은 화룡시가지에서 40리나 떨어진 시골에 있었고, 엄마는 두달 혹은 석달에 한번 꼴로 화룡에 장보러 다녀오군 했다.
그런 날이면 우리 네형제는 공연히 들떠있었다. 어쩌다가 개눈깔사탕이나 반달사탕이 차례지는 날도 바로 그런 날이였기 때문이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요행 기다려낸 버스 맨뒤에서 올망졸망한 보자기들을 들고 내려오는 엄마가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언제나 그러하듯, 그날도 엄마는 어느 장보따리 맨 밑에서 사탕 한봉지를 꺼냈다. 그리고는 거기에서 아버지몫으로 한줌가량 갈라놓은 다음, 나머지를 네몫으로 똑같이 나누어서는 우리 네형제에게 내밀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오금을 박았다.
<<엄마가 다음에 화룡갈때까지 아껴먹어야 한다. 알았지?>>
엄마가 다음에, 화룡으로 가기전까지 이 사탕을 아껴먹어야 한다. 나는 속으로 다시한번 곱창하며 사탕봉지를 소중히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그 파랗고 빨간 사탕알들을 정겹게 바라보다가 급기야 한알 꺼내 입안에 넣었다. 참, 그 입안 가득 차오르는 달콤함이라니!
바로 그때였다. 깨드득, 깨드득, 사탕 부서지는 소리가 내앞에 달려온 것은, 절대로 사탕을 씹어먹지 말라고 귀아프게 말하는 엄마의 잔소리는, 그러나 오빠앞에서 물보라처럼 부서지고마는 것이다.
<<경이야, 오빠는 누운채로 이 사탕을 공중에 올리뿌려 받아먹을수 있다. 너 그렇게 못하지?>>
<<피, 거짓말.>>
<<정말이야, 너 한번 보겠니?>>
<<응>>
<<그 사탕 한알 줘봐,>>
<<싫어,>>
<<요 고집불통아, 오빠가 그깟 네 사탕 빼앗아 먹을가봐 그래? 시범만 보여주고 사탕은 절대 안먹는다.>>
<<정말이지?>>
<<그럼.>>
나는 그제야 안심하고 사탕 한알 내밀었다.
오빠는 구들에 반듯이 누웠다. 그리고 나는 사탕 한알이 공중을 나는것과 거의 동시에 깨드득, 하는 사탕 부서지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나는 황급히 달려들어 두손으로 오빠의 입을 벌려보지만, 그 안에 사탕이 있을리 없다.
<<이번에건 아니야, 너무 발리 부서져버렸단 말이야, 이번엔 잘 봐 응? 절대로 안 넘어가게 할게.>>
나는 오빠가 분명 내 사탕을 얼려먹으려는것이라는걸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 파랗고 빨간 사탕들이 은빛을 뿌리며 공중을 나는 황홀함,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싱그럽게 하는 그 깨드득소리에 못이겨 또다시 사탕 한알 내민다.
오빠에겐, 공중을 나는 그 사탕을 면바로 입안에 집어넣는 그 어떤 마법이라도 있는걸가? 언제나 그것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공중을 나느것과 같이 깨드득 하고 오빠의 이발사이로 부서지군 했다.
그리하여 나는 주고 또 주고, 그러다가 급기야는 사탕이 얼마 남지않았음을 발견하고 황급히 사탕주머니를 졸라맸다. 오빠도 더 이상은 안된다는걸 알아채고 딱지를 주어들고 달려나갔다.
나는 한동안, 오빠가 떠나간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아무리 주머니를 들여다보아도 겨우 일곱알, 그나마 한알은 절반가량 깨진거였다. 이제 내겐 이 일곱알의 사탕밖엔 없는것이였다. 그리고 엄마가 이제 다음에 화룡으로 가는 때가 과연 두달후인지, 석달후인지 그건 기약할수조차 없는것이였다. 그것은 그 어떤 엄연한 한계를 알려주는듯했다.
그때였다. 뭔가가 내 가슴 한귀퉁이를 울리며 다가온 것은,
드이여 나는 그 어떤 비장한 결심을 내린 듯 입술을 깨물었고, 사탕 한알을 꺼내 까드득, 소리나게 씹었다. 이몸이 아팠다. 까드득, 까드득, 사탕 일곱알이 몽땅 부서져나갔다.
달착지근한 사탕물이 입안 가득 차올랐다.
그리고, 나는 그 사탕주머니를 던져버렸다.
그러고났을 때, 나는 그 어던 아늑함이 내 온몸을 감싸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평온이라고난 하락? 그런 안온함이 내 마음을 홀가분하게 했다.
나는 아무일도 없었던 듯 밥상을 펴놓고 숙제를 했다.
이튿날도, 그 이튿날도 나는 더는 오빠한테 빼앗긴 사탕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엄마가 언제 다시 장에 가고, 다시 사탕을 먹을수 있을가도 기다리지 않았다.
나는 내 인생의 스냅속에 든 무수한 나자신의 모습을 거의 미워하지만 그날 그 일곱알의 사탕을 씹어버린 아이의 용기만은 무한히 숭배하고 있다.
성인이 된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아도 그것은 너무도 잘한 일이 아닌가.
내게 있는 한봉지의 사탕, 그것은 언제든지 누군가에게 빼앗길수도 도적말힐수도 있는 것이 아닐가, 뭔가를 소유하고있다는건 결국 그것을 상실할수도 있음을 의미하니깐,
허나 그것이 이미 없어졌을 때 누가 감히 다시 나를 엿볼가.
그때 어떻게 되어 내가 그토록 과단하게 그 일곱알의 사탕을 씹어버렸는지는 나 자신도 알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나는 당시 나를 억누르고있던 괴로움의 그늘에서 벗어나 평온의 해빛을 찾을수 있었던게 아닐가.
뭔가를 가지고잇다는건 결국 그것을 보존하고 지키고 키워내야 하는 또다른 의미라는걸 문득 깨달아본다.
어쩌면 그 일곱알의 사탕이 내게 가르친 삶의 지혜이기도 하다.
사탕 씹어먹어,
까드득, 까드득 어데선가 사탕 씹어먹는 소리가 달려오고 있다.
글/홍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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