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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엄마·개아빠 전성시대…개팔자는 상팔자

  • 허훈 기자
  • 입력 2026.10.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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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직장 동료가 운전하다 겪은 일을 들려줬다.


길가에서 한 여성이 유모차를 밀고 있었다. 아기가 놀랄까 봐 속도를 줄이고 조심조심 지나갔단다. 그런데 유모차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아기는 없고 강아지 한 마리가 떡하니 앉아 있었다.


동료는 어이가 없어 화까지 났다고 했다. 개를 유모차에 태운 게 무슨 죄겠는가. 다만 아기가 탄 줄 알고 잔뜩 긴장했던 동료에게는 황당한 반전이었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더니, 요즘은 그 말도 옛말이다. 상팔자 정도가 아니라 왕팔자다.


유모차에 태워 모시고 다니는 건 기본이다. 여름에는 시원한 옷, 겨울에는 패딩을 입힌다. 생일이면 케이크에 기념사진까지 찍는다. 주인은 집사요, 강아지는 상전이다.


뽀뽀도 얼마나 해대는지 모른다. 품에 끌어안고 이마에 쪽, 볼에 쪽, 코에도 쪽. 강아지 얼굴에 입술이 마를 날이 없다.


"우리 아가, 엄마 뽀뽀 한 번만 더!"


강아지는 혀를 날름거리고 주인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저렇게 뽀뽀를 퍼붓다가는 강아지가 먼저 입술을 피해 도망갈 판이다.


얼마 전에는 한 어머니의 푸념도 들었다.


동네 아기가 탄 유모차를 보더니 한참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아이고, 참 귀엽구나. 우리 애들은 시집장가갈 생각은 안 하고 개만 끌어안고 다니니, 나는 언제쯤 손주를 안아볼까."


웃으며 한 말이었지만 부러운 마음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물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일이 부모 뜻대로 될 수는 없다. 그 어머니도 그걸 모르지는 않을 터다. 다만 남의 집 아기가 그렇게 예뻐 보이는 마음이야 어쩌겠는가.


문제는 개를 사랑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강아지가 밥을 안 먹으면 병원부터 알아보면서 부모가 입맛이 없다고 하면 "잘 챙겨 드세요" 하고 전화를 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집안 서열은 이미 정해진 셈이다.


강아지는 소파 한가운데서 낮잠을 자고, 주인은 옆에 걸터앉는다. 부모가 찾아오면 앉을 자리가 있는지부터 살펴야 할 판이다.


밖에서는 또 어떤가. 개가 짖으면 "우리 애가 좀 예민해서요"라고 한다. 누군가 무섭다고 하면 "우리 애는 안 물어요"라며 웃는다. 개는 안 물지 몰라도 주인의 눈빛은 벌써 한 번 물고 지나갔다.


이런 모습을 보면 강아지보다 주인에게 예절 교육이 더 급해 보인다.


물론 반려견을 가족처럼 돌보면서 부모에게도 잘하는 사람은 많다. 늙거나 아픈 개에게 유모차가 필요한 사정도 있다. 개를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누구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다만 개에게는 세상없이 다정하면서 부모에게는 유난히 무뚝뚝한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돌아볼 일이다.


강아지는 생일 케이크를 먹고, 부모는 생신날 자식 전화 한 통을 기다린다. 개 미용실 예약은 한 달 전부터 챙기면서 부모 병원 가는 날은 깜빡한다면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도 이제 고쳐야겠다.


강아지는 상전이고 주인은 충신이다. 부모만 졸지에 평민으로 강등됐다.


개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누가 말리겠는가. 다만 그 사랑이 너무 넘쳐 정작 곁에 있는 사람에게 돌아갈 몫까지 없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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