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브라질 도심에서 중국산 전기차를 마주치는 일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거리에는 BYD 차량이 늘고, 가정에서는 화웨이 스마트폰과 하이센스 TV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한때 가격 경쟁력으로 주목받던 중국 브랜드가 이제는 기술력과 품질을 앞세워 브라질 소비시장의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 기업들이 브라질에서 공격적인 투자와 현지화 전략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현지 생산과 마케팅, 첨단산업 투자까지 결합하며 남미 최대 경제권인 브라질을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변화의 중심에 있다. BYD와 창청자동차(GWM)는 지난해 브라질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고, 체리자동차도 판매 상위권에 안착했다. 지리자동차는 르노 브라질 지분 26%를 확보하며 생산 기반을 넓혔다. 창청자동차는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을 인수해 생산을 시작했고, BYD는 포드 공장 부지에 아시아 외 최대 규모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브랜드 전략도 현지 소비자를 겨냥했다. 유명 방송인과 배우를 홍보대사로 기용하고 인기 예능과 드라마에 차량을 노출하며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전기차를 일부 부유층이 아닌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인식시키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투자는 배터리 산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올해 말 약 15억 달러 규모의 첫 전력망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입찰을 추진하고 있으며, BYD는 후속 투자의 중심을 배터리 사업에 두겠다고 밝혔다. 현지 리튬 광산에도 중국 기업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맞물린다.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투자 환경이 비교적 우호적인 브라질을 남미 전략 거점으로 삼고 있다. 2025년 중국 기업의 브라질 투자액은 최소 60억 달러에 달했으며, 중국은 2009년 이후 브라질의 최대 교역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브라질 소비자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중국을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 선도국으로 평가한 응답이 미국보다 많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자본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브라질 정부와 산업계는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첨단산업 육성 효과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브라질은 이제 중국 기업의 최대 해외 시험장이자 남미 시장 진출의 전략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 브랜드의 확산은 단순한 시장점유율 경쟁을 넘어 세계 산업과 기술 경쟁의 무게중심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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