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이국제영화제서 프로젝트 공개…원작 배우 홍영희 인터뷰 추진, 중·북·한국이 공유한 문화 기억 재조명
[인터내셔널포커스] 1970년대 중국 전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북한 영화 '꽃파는 처녀'가 다큐멘터리로 새롭게 제작된다. 중국과 북한 영화계가 공동 추진하는 다큐멘터리 '꽃파는 처녀'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화 현상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열린 제28회 상하이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이번 프로젝트는 중국의 장충(张忠) 감독이 연출을 맡고 황청젠(黄诚坚) 총제작자가 참여한다. 제작진은 단순한 영화 회고를 넘어 중·북 양국 국민이 공유해 온 기억과 정서를 기록하는 문화 다큐멘터리로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1972년 제작된 '꽃파는 처녀"는 북한을 대표하는 영화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가난과 억압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소녀 꽃분이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당시 중국에서 사회적 현상에 가까운 반향을 일으켰다.
문화대혁명 이후 문화 콘텐츠가 부족했던 시기와 맞물리며 영화는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확산됐다. 이동 상영대가 마을과 공장을 찾아 영화를 상영하는 모습이 흔한 풍경이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관객 요청에 따라 여러 차례 재상영이 이뤄지기도 했다. 영화 주제가는 거리와 학교, 공장 현장에서 널리 불렸고, 주인공 꽃분이는 세대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꽃파는 처녀"가 냉전 시기 중·북 문화교류를 상징하는 대표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큐멘터리는 당시 영화를 번역·더빙했던 창춘영화제작소 관계자와 상영 기사, 관객들을 인터뷰하며 그 시절의 열풍을 복원할 예정이다. 특히 원작에서 꽃분이 역을 맡았던 북한 영화배우 홍영희와의 인터뷰도 추진 중이다. 홍영희는 북한 영화 황금기를 대표하는 배우로, 중국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얻은 인물이다.
제작진은 중국과 북한 현지를 오가며 촬영을 진행하고,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아 수십 년 만에 북한을 찾은 중국 관객들의 이야기와 젊은 세대 예술인들이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는 과정도 함께 담을 계획이다.
'꽃파는 처녀'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북한 영화와 대중문화, 선전예술을 연구할 때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다. 북한 혁명가극과 영화예술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으며 남북 문화교류가 활발했던 시기에는 각종 학술행사와 전시에서도 꾸준히 소개돼 왔다.
연출을 맡은 장충 감독은 "반세기에 걸쳐 이어진 문화적 공감과 인간적 정서를 영상으로 기록하고 싶다"고 밝혔다.
냉전의 한복판에서 탄생한 영화 한 편이 반세기 만에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오고 있다. 정치와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대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이야기는 오늘날 새로운 기록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한 편의 영화가 어떻게 국경과 세대를 넘어 공동의 기억으로 남았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문화가 정치적 경계를 넘어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하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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