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이란·관세 갈등에 서방 균열 노출 공동성명보다 ‘관리된 단결’에 무게 중국 변수와 BRICS 부상 속 G7 위상 시험대
[인터내셔널포커스] “아무 일 없이 끝나기만 해도 성공이다.”
15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개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바라보는 외교가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표현이다. 한때 세계 경제와 국제질서를 주도하던 G7이지만, 올해 정상회의는 새로운 비전이나 대형 합의를 도출하기보다 내부 갈등을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외교가에서는 이번 회의에 대한 기대치가 예년보다 현저히 낮아졌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동 정세 불안,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중국 정책, 인공지능 경쟁 등 주요 현안마다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귀 이후 서방 진영 내부의 균열이 더욱 선명해지면서 과거와 같은 강력한 공동 대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백악관은 이번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로 안보와 무역을 제시했다. 그러나 관세 문제와 우크라이나 지원, 대중국 전략, 에너지 정책 등에서 미국과 유럽의 시각 차이는 여전히 존재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과거 G7 정상회의가 세계 질서를 설계하는 자리였다면 지금은 회원국 간 이견이 공개적으로 폭발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회의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 각국이 기대하는 ‘성공의 기준’도 크게 낮아졌다. 일부 외교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정대로 회의에 참석하고 별다른 충돌 없이 일정을 마치는 것 자체가 성공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흔들리는 서방 공조
이번 정상회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개별 현안 때문만이 아니다. G7 자체의 영향력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평가가 점점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G7이 출범했을 당시 회원국들은 세계 경제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동안 신흥국이 급성장하면서 국제경제의 무게중심은 크게 이동했다.
특히 중국은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로 성장했으며 글로벌 공급망과 희토류, 배터리, 전기차, 인공지능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 역시 세계 주요 성장축으로 부상했다.
반면 G7 국가들은 저성장, 고물가, 재정적자, 산업 경쟁력 약화 등 공통 과제에 직면해 있다. 국제사회에서 BRICS 확대 움직임이 주목받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과거에는 G7 결정이 곧 세계 경제의 방향을 의미했지만, 이제는 주요 국제 현안을 논의하면서도 중국과 인도 등 비회원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됐다.
우크라이나와 이란, 최대 시험대
유럽 국가들에게 가장 시급한 현안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우크라이나는 방공망 유지에 필요한 추가 지원과 전력 인프라 복구 자금을 요청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모두 재정 부담 증가와 국내 정치적 반발이라는 현실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번 회의에 참석해 지원 확대를 요청할 예정이지만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동 문제 역시 핵심 의제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 관련 양해각서 체결에 합의하면서 긴장 완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이란 핵 프로그램의 향방과 제재 해제 범위, 중동 역내 안보 질서 재편 문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G7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중동 안정과 에너지 시장 안정화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없는 G7의 한계
이번 회의를 앞두고 서방 언론에서는 흥미로운 문제 제기도 나왔다.
“중국 없는 G7이 여전히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중국은 G7 회원국이 아니지만 무역, 공급망, 첨단기술, 기후변화, 핵심 광물, 금융시장 등 거의 모든 의제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가다.
실제로 프랑스는 정상회의 개막 전 중국이 참여한 경제 대화 회의를 별도로 개최하며 협력 공간을 모색했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과 무역 불균형, 산업 정책을 둘러싼 입장 차이는 여전히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G7이 대중국 공동전선을 구축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이 중국과의 경제 관계에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정상회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제시하는 회의라기보다 변화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서방 국가들이 얼마나 공통분모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에비앙레뱅에서 열리는 올해 G7 정상회의의 진짜 과제는 거창한 선언문이 아니라 균열이 깊어지는 서방 진영의 결속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세계 경제를 움직이던 G7이 새로운 시대에도 여전히 국제사회의 중심축으로 남을 수 있을지, 이번 정상회의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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