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다시 난항에 빠진 가운데, 이란의 고농축우라늄 처리 방안을 둘러싸고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나 러시아로 우라늄을 이전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협상 분위기도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현재 논의 중인 미국·이란 협상안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단순히 적당한 합의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며 “미국은 제대로 된 결과를 원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란의 농축우라늄을 중국이나 러시아로 옮겨 관리하는 방안에 대해 “그런 방식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핵 활동 제한과 검증 체계가 포함되지 않으면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미국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하고 기존 고농축우라늄 비축분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핵 기술 개발 권리와 농축 능력은 포기할 수 없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중재안 성격의 절충안을 제시해왔다. 이란의 농축우라늄을 러시아로 이전한 뒤 관리·재처리하는 방식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앞서 “러시아가 이란의 농축우라늄을 넘겨받는 방안은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지만, 미국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중국도 새로운 변수로 거론됐다. 아랍권 위성매체들은 익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미국과의 충돌 종료를 위한 협상 과정에서 중국 측 보증을 원하고 있으며, 농축우라늄 일부를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서도 “이란의 농축우라늄은 결국 제거될 것”이라며 미국 또는 제3국 내 폐기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대이란 제재 문제에서도 미국은 기존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은 제재를 풀 생각이 없다”며 “동결된 이란 자금 역시 계속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이 국제사회 요구를 수용할 경우에만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 역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국가도 호르무즈 해협을 독점적으로 통제해서는 안 된다”며 “해협은 국제 항로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 관계자는 28일 “트럼프의 압박 발언 때문에 협상 원칙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라늄 농축 권리와 비축분 유지, 제재 해제 문제는 협상 불가 사안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양측 모두 협상 자체가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라는 신호도 함께 내놓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일부 진전이 있었다”며 “향후 수일 안에 돌파구 마련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외교부 역시 미국과의 논의가 최종 양해각서 단계에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측은 현재 협상이 전쟁 위험 완화와 해상 봉쇄 문제, 동결 자산 해제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핵 프로그램 자체를 포기하는 논의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도 중재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27일 “러시아의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이란 핵물질을 러시아에서 관리한 뒤 원전 연료 생산에 활용하는 방식은 충분히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중국 역시 외교적 해결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중국은 관련국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중동 긴장 완화와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정치·외교적 해법을 지속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핵 문제를 넘어 중동 안보와 국제 에너지 공급망, 미·중·러 전략 경쟁이 동시에 얽혀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국제정세의 핵심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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