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미국 외교정책 전문가 사르와르 카슈메리가 중국과 미국의 관계 설정 방식은 이미 55년 전 제시된 바 있다며, 현재 악화된 양국 관계의 해법으로 ‘핑퐁 외교’ 당시의 정치적 결단을 언급했다.
카슈메리는 4월 22일 베이징에서 열린 포럼에서 “현재 중미 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상호 이해 부족”이라며 “양국은 여전히 서로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인식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중국 방문 경험도 소개했다.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로봇이 객실로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을 봤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며 “이 같은 장면은 미국에서는 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카슈메리는 중국과 미국에서 각각 받는 질문의 차이도 언급했다. 중국에서는 “왜 미국 대통령은 헌법을 무시한 듯 행동하는가”, “선거 이후 미국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는 반면, 미국에서는 “14억 인구의 국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질문 자체가 양국 간 인식 차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 체제와 관련해서는 “미국 대통령의 권한은 역사적으로 매우 강하게 설계됐으며, 현직 대통령이 그 한계를 계속 시험하고 있다”며 “의회와 대법원이 이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삼권분립 체제가 오늘날에도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많은 미국인과 일부 엘리트조차 현재 중국이 어떤 발전 경로를 걷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며 “중국을 여전히 냉전 시기의 공산주의 이미지로 단순화해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공산당 당원 수가 1억 명을 넘지만, 14억 인구 전체가 공산주의자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카슈메리는 제도 운영 방식과 관련해 “중국의 정책 집행 체계가 일정 부분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하며 “중국 외교관들은 높은 교육 수준과 경험을 갖춘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정치적 후원을 기반으로 임명되는 사례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은 미국의 사회주의적 요소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미국은 중국의 시장화 수준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같은 상호 오해가 중미 관계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학자와 학생, 전문가 간 교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슈메리는 1971년 중미 관계 전환을 중요한 사례로 들었다. 그는 “당시 양국 관계는 매우 악화된 상태였지만 ‘핑퐁 외교’를 계기로 관계가 전환됐고, 이후 리처드 닉슨이 마오쩌둥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했다”며 “당시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고 중요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핑퐁 외교 55주년’ 기념 행사도 언급하며 “당시 참가자들이 다시 초청돼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가 마련됐다”고 전했다.
경제 측면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은 존재하지만 발전을 촉진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중미 관계의 핵심 기반은 경제와 무역”이라며 “양국은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대 체제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며, 갈등이 심화될 경우 국제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화와 관련해서는 “일부에서 제기되는 탈세계화 전망과 달리, 세계 경제는 여전히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평가했다.
청중 질의응답에서 일본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에서는 일본의 군사력 확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일본을 주요 동맹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일반적”이라며 “미국 내에서는 일본이 군사적으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인식은 널리 퍼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치 상황과 관련해서는 “약 7300만 명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점은 미국 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선택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러한 주장과 평가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슈메리는 “현재 국제사회는 혼란과 불확실성이 큰 시기”라며 “중미 관계는 세계 질서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세대가 향후 국제 질서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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