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사람이 쓴 중국체험기- 리창남 (북한)
1. 베이징의 인파
베이징에 온지 이제는 40여일이 흘렀다. 이 기간 보고 듣고 느낀것이 적지 않지만 아직 베이징에 대해 많이 안다고는 할수 없다.
그러나 생활속에서 체험한 몆가지 일들을 가지고 내 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베이징에는 무엇이 많은가 ? 내가 보기에는 첫째로 사람이다. 그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넘쳐난다. 식당이면 식당, 상점이면 상점, 거리면 거리, 공원이면 공원 …
땅이 넓으니 사람들이 많은가? 그런것만 같지 않다. 물론 다민족국가인 중국에는 인구가 많지만 지금처럼 베이징에 사람이 차고 넘친적은 없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니 지금은 온 나라 방방곡곡에서 다 베이징에 온다는것이다. 그전에는 베이징에 한번 오기가 하늘에 별따기였고 일생 베이징에 와보지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수도에 올수 있고 여기서 살수 있다고 한다.
지방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도에 올라와 생활하고 있는가 하는것은 음력설에 잘 알수 있다고 한다. 이 기간에는 지방에서 왔던 사람들이 다 고향으로 돌아가기때문에 지하철도나 뻐스나 다 텅텅 비여서 다니고 청소할 사람도 없어서 쓰레기를 미처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뿐이 아니다. 베이징의 거리에 나서면 각이한 나라 사람들을 그 어디서나 만날수 있다. 한마디로 온 세계가 베이징에 모여드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흥하는 집에 손님이 많다는 말이 있듯이 부흥하는 나라여서 이렇게 베이징에 사람들이 넘쳐 나는것 같다.
정말 수도에 집중되는 이 많은 인구를 한어깨에 다 둘러메고 더 높이 도약하는 중국의 모습이 놀랍기만 하다.
(베이징의 거리)
2. 베이징의 골치거리
베이징의 거리에서 사람들이 이마살을 찌프리고 투덜거리며 의견을 부리는 때가 있다. 그것은 출퇴근시간이나 명절날, 차를 몰고 어디로 갈 때이다.
어떤 때는 차가 얼마나 밀리는지 걸어가는 것보다 더 느릴 때도 있다. 2천만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베이징, 웬만한 가정은 다 승용차를 가지고 있으니 왜 자동차사태가 나지 않을수 있겠는가.
물론 이것은 현대문명이 가져다준 혜택이고 중국사람들의 발전된 모습의 한 축도이기도 하다. 나어린 처녀들은 물론 가정부인들까지 승용차를 몰고 출퇴근하는 모습은 어디서나 흔히 보게 되는 광경이다.
이제는 승용차가 거리에 늘어서다 못해 인도에까지 올라섰다. 그것을 보게 되면 앞으로 사람들이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아빠트밑에까지 꽉 들어찬 차우를 걸어다니게 되지 않을가 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까지 든다.
승용차가 베이징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교통체증이 심한 것은 더 말할것도 없고 대기오염이 큰 문제거리로 되고있다.
헤아릴수 없이 많은 차들이 배기통으로 뿜어내는 유해가스가 우리의 머리우를 떠돌며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고보면 승용차사태가 현대문명의 혜택과 함께 또 하나의 골치거리를 베이징에 선사한셈이다.
자동차로 하여 새 난관에 직면한 중국이 이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며 베이징에 범람하는 차홍수가 복이 될지, 화가 될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있다.
탄탄면(坦坦面)
3. 베이징의 음식
베이징에 또한 많은 것이 음식이다 .물론 중국음식이 많고 다양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몸으로 체험해보니 눈이 홱 뒤집어질 정도이다.
나는 시장에 갔다가 오는 길에 길옆의 자그마한 식당에서 남성료리사가 밀가루반죽을 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었다.
량팔을 휘두르며 반죽한 밀가루덩어리를 길게 늘여서 순간에 국수오리로 만드는 재간은 정말 희한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국수를 받아가지고 맛있게 먹는데 저도 모르게 군침이 꿀꺽 넘어갔다.
나도 한그릇 먹고 싶은데 말이 통해야 먹어볼게 아닌가. 그래서 주저주저하다가 에라 모르겠다,들어가 앉으면 무슨 수가 생기겠지 하고 식탁에 떡 틀고 앉았다.
그런데 가관은 나의 안해이다. 자칫하면 망신거리가 될가봐 나를 식당안에 떠밀고는 밖에서 지켜보면서 눈치를 살핀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침을 뚝 떼고 앉아 메뉴판만 들여다 보고있는데 접대원이 나보고 뭐라고한다. 분명히 뭘 드시겠는가고 물어보는 말이겠는데 도대체 알 재간이 있나. 그래서 얼결에 옆에서 식사하는 사람의 그릇을 가리켰더니 잠간새에 같은 국수를 가져다 준다. 그때 보니 식탁에서 사람들이 먹는 국수가 다 다르다. 어떤것은 국수발이 굵고,넙적하고, 국수우에 닭알 놓은 것도 있고 또 고기를 많이 놓은것도 있고…
그런데 내 국수엔 섭섭하게도 새파란 풀밖에 올려놓은 것이 없다. 우리 조선국수에서는 꾸미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그 이름도 꾸미에 따라 닭고기 쟁반국수,명태회국수로 부른다.
그러니 내가 먹을 국수는 풀국수인가?게다가 우리 평양의 랭면과는 달리 더운 육수에 말아준다.
하여튼 받아 놓은 것이니 좋든 싫든 먹어야 할판이다. 눈치는 무디지 않아서 옆사람들이 하는대로 고추기름도 치고 양념도 쳤더니 국수가 아주 먹음직스럽게 되였다.
한입 먹어보니 아주 별맛이다. 얼얼하면서도 달고 새큼한 맛이 입안에 확 퍼진다. 입에 당기는 김에 제꺽 먹어 치웠다. 그때까지도 안해는 구경만 하더니 맛있는가,무슨 맛인가고 묻는다.
그러나 그 맛을 무엇이라고 말할수 없어 아주 맛있다고만 대답했다. 아직 중국음식에 맛을 들이지 못한 안해는 뜨아해한다. 그러나 안해도 곧 그 맛을 알게 될것이다.
이름도 없는 자그마한 식당의 보통 음식이 이 정도인데 이름 있는 베이징료리의 맛은 얼마나 좋을것인가.
그때부터 안해가 여러 차례에 걸쳐 다른 식당들에서 국수를 받아 왔는데 그 맛이 다 다르다. 국수 하나만 봐도 그 가지수를 다 헤아리기 어려운데 다른 료리는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중국에 와서 많은 분들의 인정깊은 손길에 끌려 여러번 식탁에 초대되였는데 그 음식들이 너무 다종다양하여서 도저히 기억하기 어렵다. 다만 많고 많은 중국의 음식을 통해서도 중화민족의 유구한 력사와 찬란한 문화, 대대로 내려오는 슬기와 재능을 엿볼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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