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호르무즈 해협 긴장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이 다른 주요 수입국보다 상대적으로 차분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미국 주요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그 배경으로 전기차와 재생에너지라는 두 개의 전략 자산을 꼽았다.
뉴욕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중국이 장기간 대규모 투자로 전기차와 청정에너지 산업을 육성한 결과, 국제 유가 급등과 공급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우위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10년 전만 해도 중국이 전기차 분야에서 지금과 같은 선도적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짚으며, 당시 급증하던 내연기관차 수요가 불과 10여 년 만에 급격한 산업 전환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승용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신차 판매 가운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비중은 이미 절반 수준에 이르렀고, 신규 중대형 트럭의 약 3분의 1도 순수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다. 2025년 기준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세계 다른 지역 전체를 합친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구조 역시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중국은 태양광, 풍력, 수력, 원자력 발전 설비를 대폭 확대하며 해외 원유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춰왔다. 지난해에는 휘발유·경유 수요가 2년 연속 감소했고,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석유 소비가 사실상 정점을 통과했다고 보고 있다.
옥스퍼대학 산하 에너지 연구기관의 중국 에너지 책임자인 미할 메단은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이 중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중국은 상당한 완충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중국의 전력 시스템이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로 발전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까지 치솟자 여러 국가가 비축유 방출과 에너지 절약 조치에 나섰지만, 중국은 일부 아시아 국가처럼 근무일 단축이나 대학 휴교 같은 극단적 수요 억제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미국 언론은 중국의 이런 대응력이 단기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본다. 배경에는 2000년대부터 이어진 ‘에너지 안보 전략’이 있다. 당시 중국은 원유 수송의 핵심 해상 통로인 말라카해협의 지정학적 위험을 크게 의식했고, 이를 계기로 전략비축유 확대와 대체에너지 투자에 속도를 냈다.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가스 수입국이지만, 에너지 구조에서 석탄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원유·가스와 함께 원자력·재생에너지로 다변화돼 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14차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세계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체계를 구축했고, 발전 설비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60% 안팎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에너지 전환 속도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2025년 신차 판매 중 전기차·하이브리드 비중은 약 22% 수준에 그쳤고, 세제 지원 축소 이후 판매 증가세도 둔화됐다. 미 언론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풍력·태양광·전기차 지원 축소가 오히려 중국 산업 우위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제 에너지 시장 불안이 길어질수록 중국이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더욱 매력적인 협력 대상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유럽 등은 배터리, 태양광 패널,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동시에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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