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최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실린 한 칼럼이 워싱턴 정책가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반향을 낳고 있다. 과거 미국 정부에서 재무장관 보좌관을 지낸 고위 경제 관료는 지난 2월 10일 기고문을 통해 미국의 대중 무역 압박 전략이 이미 실효성을 상실했다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중국 방문 직후 작성한 이 글에서 그는 “관세는 거세게 포효했지만, 실제로 미국은 이 무역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미국의 대중 관세 정책이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판단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칼럼에는 중국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산업과 기술 변화가 구체적으로 담겼다. 그는 중국의 한 전기차 공장을 방문한 경험을 소개하며, 거의 무인으로 운영되는 대규모 공장에서 대형 로봇들이 알루미늄 판재를 집어 올려 지정된 위치로 옮기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해당 기업이 전기차 사업에 진출한 지는 불과 5년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인공지능 분야에서 중국이 쌓아 올린 역량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중국은 발전 설비 용량에서 미국의 두 배가 넘는 전력을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젊고 활력이 넘치는 인적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수많은 젊은 창업가들의 추진력과 지적 역량은 실리콘밸리의 동료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수치로 드러난 격차도 제시됐다. 로봇 산업에서 중국은 2024년 한 해 동안 새로 설치한 산업용 로봇 대수가 미국의 거의 9배에 달했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해외로 수출한 의약품 승인 건수가 외국에서 도입한 의약품 수를 넘어섰고, 임상시험 건수 역시 미국을 앞질렀다.
저자는 급진적인 관세 정책이나 외교적 압박 모두 중국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이미 상대하기에 매우 강력한 경쟁자이자 결정적인 제조 강국이라는 인식도 분명히 했다. 미국의 대중 전략 실패 배경으로는 체계적인 오판을 지목했다. 중국을 단순한 ‘조립 공장’으로 바라보며, 중국 제조업이 전 세계 생산액의 약 30%를 차지하고 주요 공산품 생산량 세계 1위 비중이 40%를 넘는 현실을 외면해 왔다는 분석이다.
온라인상에 확산된 여러 분석 글들은 이를 뒷받침하는 무역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2025년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1조 2천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세 부과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중국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칼럼이 거듭 강조한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관세나 무역 협정만으로 중국을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저자는 해법으로 미국 내부의 문제부터 정비하고, 미국이 강점을 지닌 분야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의 현행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기초과학 연구 투자를 줄이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전통적인 금속 가공 제조업에 여전히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 반면 중국은 국가 차원의 전략 아래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바이오 의약 등 미래 산업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어 반도체법을 사례로 들며, 미국 역시 기술 산업에 더 무게를 두고 전통 제조업 중심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칼럼은 온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해석과 논쟁을 촉발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관세와 기술 봉쇄가 중국을 억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중국의 자체 혁신과 산업망 고도화를 앞당겼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 투자자는 서방이 중국의 혁신 역량과 경제 동력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해 왔다며,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수동적 대응자가 아니라 능동적 설계자로 변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분석에서는 이번 방문 소감을 단순한 승패 논쟁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인플레이션, 기반시설 노후화, 산업 구조 고도화 등 구조적 압박에 직면한 상황에서 중국을 외부의 적으로만 규정하는 접근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주목되는 점은 이 칼럼이 단발성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최근 여러 미국 학자와 전직 관료들 역시 중국 방문 이후 비슷한 견해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봉쇄와 압박의 효과는 제한적이며, 미국은 다시 내실 강화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칼럼 말미에서는 중국을 추월하려면 국내에서부터 출발해 미국 경제 질서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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