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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서 화인 이주 150주년 기념비 강제 철거… “사전 기획된 결정” 의혹

  • 허훈 기자
  • 입력 2025.12.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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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포커스]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미·중 간 영향력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파나마 지방정부가 화인(華人) 이주 150주년을 기념하는 시설을 예고 없이 철거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지 화인 사회와 일부 언론은 이번 조치가 우발적 안전 조치가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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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앞서 보도에서, 파나마 아라이한 시 미주대교 전망대에 위치한 ‘중·파 공원’과 ‘화인 이주 150주년 기념비’가 미·중 지정학 경쟁의 새로운 갈등 지점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라이한 시의 스테파니 다얀 페냘바 시장은 수개월 전부터 화인 단체의 보수·정비 요청을 승인하지 않았고, 관련 문의에도 사실상 응답하지 않았다. 현지 화인 사회는 이를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닌 의도적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페냘바 시장은 올해 1월 미주대교 전망대 재정비 조감도를 공개하면서 기존 화인 기념비를 설계도에서 제외했다. 당시 그는 “공공 공간을 되살려 문화·관광·경제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페냘바 시장은 현지시간 12월 28일 소셜미디어 X에 글을 올려 “이번 철거는 예방 차원의 합법적 조치이며, 정치적 압력과는 무관한 기술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또 “화인 공동체의 문화유산을 부정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지 여론은 냉담하다. 온라인상에서는 “예방 조치가 아니라 완전 철거” “공식 철거 결의나 행정 문서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일부 네티즌은 “파나마 내 중국인의 역사는 1854년으로, 1903년 파나마 건국보다 오래됐다”며 “다문화 존중을 말하면서 화인 역사를 지웠다”고 반발했다.


아라이한 시 정부는 현지시간 12월 27일 밤, 화인 단체에 사전 통보나 협의 없이 미주대교 전망대에 있던 중·파 공원과 화인 이주 150주년 기념비를 전격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화교 대표들의 반대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페냘바 시장은 32세로, 변호사이자 환경운동가 출신이다. 2024년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인민당의 지지를 받아 아라이한 시장에 당선됐으며, 임기는 2029년까지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중·파 공원은 2004년 화인 단체의 모금으로 조성됐다. 붉은 아치형 구조물과 용 문양, 석사자 등이 설치돼 있으며, 파나마에 정착한 화인 공동체의 150년 역사를 기념하는 상징적 공간이었다. 다만 건립 후 20여 년이 지나 일부 시설이 노후화됐고, 화인 단체들은 철거가 아닌 보수를 요구해 왔다.


이 사안은 국가 차원의 문제로 번졌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12월 28일 X를 통해 “아라이한 시장의 철거 결정은 정당한 이유 없는 야만적 행위”라며 즉각적인 조사와 복원을 지시했다. 그는 “복원 논의와 별개로, 시장의 법적 책임 여부는 면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파나마 일간 라프렌사는 정부가 문화부와 협력해 화인 공동체와 함께 해당 기념비를 역사유산으로 복원·보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성명에서 “야간 기습 철거가 이뤄졌고, 사전 통지나 관련 부처와의 협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도 강하게 반발했다. 주파나마 중국대사관은 12월 29일 성명을 내 “화인 30만 명의 집단적 감정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철거를 강력히 규탄했다. 중국 외교부의 린젠 대변인은 “중국은 파나마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며 “철저한 조사와 신속한 시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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