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미·중 간 영향력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파나마 지방정부가 화인(華人) 이주 150주년을 기념하는 시설을 예고 없이 철거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지 화인 사회와 일부 언론은 이번 조치가 우발적 안전 조치가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앞서 보도에서, 파나마 아라이한 시 미주대교 전망대에 위치한 ‘중·파 공원’과 ‘화인 이주 150주년 기념비’가 미·중 지정학 경쟁의 새로운 갈등 지점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라이한 시의 스테파니 다얀 페냘바 시장은 수개월 전부터 화인 단체의 보수·정비 요청을 승인하지 않았고, 관련 문의에도 사실상 응답하지 않았다. 현지 화인 사회는 이를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닌 의도적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페냘바 시장은 올해 1월 미주대교 전망대 재정비 조감도를 공개하면서 기존 화인 기념비를 설계도에서 제외했다. 당시 그는 “공공 공간을 되살려 문화·관광·경제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페냘바 시장은 현지시간 12월 28일 소셜미디어 X에 글을 올려 “이번 철거는 예방 차원의 합법적 조치이며, 정치적 압력과는 무관한 기술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또 “화인 공동체의 문화유산을 부정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지 여론은 냉담하다. 온라인상에서는 “예방 조치가 아니라 완전 철거” “공식 철거 결의나 행정 문서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일부 네티즌은 “파나마 내 중국인의 역사는 1854년으로, 1903년 파나마 건국보다 오래됐다”며 “다문화 존중을 말하면서 화인 역사를 지웠다”고 반발했다.
아라이한 시 정부는 현지시간 12월 27일 밤, 화인 단체에 사전 통보나 협의 없이 미주대교 전망대에 있던 중·파 공원과 화인 이주 150주년 기념비를 전격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화교 대표들의 반대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페냘바 시장은 32세로, 변호사이자 환경운동가 출신이다. 2024년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인민당의 지지를 받아 아라이한 시장에 당선됐으며, 임기는 2029년까지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중·파 공원은 2004년 화인 단체의 모금으로 조성됐다. 붉은 아치형 구조물과 용 문양, 석사자 등이 설치돼 있으며, 파나마에 정착한 화인 공동체의 150년 역사를 기념하는 상징적 공간이었다. 다만 건립 후 20여 년이 지나 일부 시설이 노후화됐고, 화인 단체들은 철거가 아닌 보수를 요구해 왔다.
이 사안은 국가 차원의 문제로 번졌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12월 28일 X를 통해 “아라이한 시장의 철거 결정은 정당한 이유 없는 야만적 행위”라며 즉각적인 조사와 복원을 지시했다. 그는 “복원 논의와 별개로, 시장의 법적 책임 여부는 면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파나마 일간 라프렌사는 정부가 문화부와 협력해 화인 공동체와 함께 해당 기념비를 역사유산으로 복원·보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성명에서 “야간 기습 철거가 이뤄졌고, 사전 통지나 관련 부처와의 협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도 강하게 반발했다. 주파나마 중국대사관은 12월 29일 성명을 내 “화인 30만 명의 집단적 감정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철거를 강력히 규탄했다. 중국 외교부의 린젠 대변인은 “중국은 파나마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며 “철저한 조사와 신속한 시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BEST 뉴스
-
폭염이 바꾼 유럽…중국산 에어컨 수출 사상 최대
[인터내셔널포커스] 유럽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이 생활방식과 소비 지형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에어컨 보급률이 낮은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 국가에서는 학교와 공공시설까지 냉방기기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중국산 이동식 에어컨 주문이 급증하면서 주요 제조업체들은 생산라인을 24시간 가동하... -
폐에어컨까지 분해한 일본…희토류 확보전, 자원순환 넘어 '공급망 안보'로
일본의 재활용 시설에서 작업자들이 폐가정용 에어컨 실외기를 분해하며 내부 압축기와 영구자석을 회수하고 있다. 일본은 희토류 공급망 안정과 자원순환 확대를 위해 폐가전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시범사업을 처음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터내셔널포커스] 일본이 폐가전에서 희토류를 ... -
중국, 재사용 로켓 시대 성큼… 창정 10호B, 해상 '그물 포획' 회수 첫 성공
10일 중국 하이난 상업우주발사장에서 창정(長征) 10호B 운반로켓이 화염을 뿜으며 힘차게 이륙하고 있다. 이번 발사에서 중국은 위성을 예정 궤도에 성공적으로 투입한 데 이어 로켓 1단을 해상 회수 플랫폼에서 그물 포획 방식으로 회수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차이나데일리 [인터내... -
일본, 여성 천황의 길 사실상 닫았다…국민 83% 찬성에도 '남계 계승' 유지
일본 국회가 황실전범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남계 남성 중심의 황위 계승 원칙을 유지했다. 이번 개정으로 여성 황족의 결혼 후 신분 유지가 가능해졌지만, 여성 천황과 여성계 천황은 허용되지 않았다. (AI 생성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일본 국회가 17일 황실전범 개정안을 통과시키... -
미·이란 협상 재개 신호…트럼프 연쇄 외교에 가상자산 강세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과 이란이 핵 문제를 포함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새 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외교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같은 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 -
'중국 없는 월드컵'은 없었다…보이지 않는 MVP의 정체
AI 생성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2026 북중미 FIFA 월드컵이 8강 열기로 달아오르는 가운데 경기장에는 중국 축구대표팀이 없지만, 대회를 움직이는 곳곳에서는 '중국 제조'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공식 경기용 공인구부터 비디오판독(VAR) 시스템, 경기장 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