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유럽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이 프랑스와 미국 간 '에어컨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일부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들이 "프랑스는 아직도 에어컨 없이 여름을 보낸다"고 조롱하자, 프랑스 파리시가 "기후위기를 키운 나라가 우리를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맞받아쳤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파리시에서 국제관계를 담당하는 오드레 풀바 부시장은 최근 SNS를 통해 "파리의 모든 집에 에어컨이 없다는 이유로 조롱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며 미국의 비판을 반박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거론하며 "오늘날 기후변화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프랑스는 지난 25년 동안 대기오염 저감과 도시 녹지 확대, 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 친환경 교통체계 구축 등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며 "에어컨을 무분별하게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필요한 곳에만 사용하는 '정밀한 냉방'과 도시 녹화, 건물 단열 강화 등 장기적인 적응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미국이 우리를 훈계하기보다 먼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는 최근 대부분 지역에 최고 수준의 폭염 경보가 발령됐고, 파리의 낮 최고기온은 40도에 육박했다. 밤에도 30도 안팎의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냉방 수요가 급증했지만, 프랑스의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은 약 18~26%에 머물고 있다. 이는 온화했던 기후와 오래된 건축물, 에너지 절약 정책, 환경 중심의 생활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반복되는 폭염은 프랑스 사회의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최근 중국 기업의 이동식 분리형 에어컨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시장에서 품절 사태를 빚는 등 냉방기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현지에서는 제품을 구하기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경험담도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파리시의 환경 중심 정책에 공감하는 의견과 함께 "기후위기 대응도 중요하지만 폭염 속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우선해야 한다"는 반론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프랑스 공중보건당국은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 동안 폭염과 관련된 초과 사망자가 1천 명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번 논쟁은 단순한 에어컨 보급률을 둘러싼 공방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과 시민 안전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보여준다. 탄소 감축을 위한 장기 정책과 함께 극한 폭염에 대비한 냉방 인프라 확충, 취약계층 보호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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