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인공지능(AI)이 스스로 적을 탐색하고 공격 대상을 선정하는 무인 전투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중국 연구진이 강한 전파 교란과 통신 두절 상황에서도 드론 군집이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전투 알고리즘을 공개하면서 미래 전쟁 양상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서북공업대학 항공우주학원 연구팀이 개발한 드론 군집 전투 알고리즘 ‘HG-STR(Heterogeneous Graph Spatio-Temporal Reasoning)’을 집중 조명했다.
연구팀은 지난 19일 중국 항공우주 분야 학술지인 ‘항공학보’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당 알고리즘이 임무 성공률 96%, 목표 제거율 10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시간도 평균 6.6밀리초에 그쳤다. 연구진은 이를 기존 방식 대비 큰 폭의 성능 향상으로 평가했다.
연구를 이끈 장둥 부교수 연구팀은 기존 드론 군집 제어 기술의 한계로 전장 정보 처리 방식을 지목했다. 기존 시스템은 아군과 적군, 지형 정보를 동일한 형태의 데이터로 분석하는 경우가 많아 복잡한 전장 환경에서 정보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종 그래프’ 구조를 적용했다. 아군 드론과 적 목표물, 수색 구역을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객체로 구분해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드론은 전장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우선순위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특정 드론이 적을 발견하면 시스템은 이를 즉시 위협 요소로 분류한다. 반대로 인근 아군 드론은 협동 공격이나 지원 작전을 위한 자산으로 인식한다. 이후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종합해 최적의 행동 경로를 선택한다.
연구진은 기존 규칙 기반 시스템과의 차별성도 강조했다. 사전에 설정된 시나리오에 의존하는 방식은 예상 밖 상황이 발생하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반면 HG-STR은 학습된 AI 모델을 활용해 변화하는 전장 환경에 맞춰 판단 과정을 조정한다.
의사결정 과정도 단계별로 세분화했다. 먼저 수색을 계속할지 공격 단계로 전환할지를 결정하고, 이후 공격 목표를 선정한 뒤 필요한 무장 규모와 공격 방식을 선택한다. 복잡한 문제를 여러 단계로 나눠 처리해 전장 혼란 속에서도 판단 효율을 높였다.
통신 두절 상황에 대비한 기능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각 드론에 일종의 기억 시스템을 탑재해 마지막으로 확인한 아군 위치와 적 목표 좌표를 저장하도록 설계했다. 전파 방해로 통신이 끊겨도 일정 시간 동안 독자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실제 시뮬레이션에서는 통신 범위가 크게 제한된 환경에서도 94% 수준의 임무 성공률을 유지했다. 소규모 전장에서 학습한 AI 모델을 별도의 재훈련 없이 더 큰 규모의 전장 환경에 적용한 결과도 안정적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AI 기반 군집 드론 개발 흐름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저가형 드론이 전차와 포병 전력을 위협하는 사례가 잇따라 등장했고, 중동 지역 분쟁에서도 무인기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부각됐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군사 강국들은 수십 대에서 수백 대 규모의 드론이 동시에 작전을 수행하는 군집 전투 체계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AI 기반 무인체계가 미래 전쟁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시뮬레이션 결과가 실제 전장에서 그대로 재현될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전장에서는 전파 교란과 GPS 방해, 기상 변화, 예측하기 어려운 전술 변수들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통신 지연과 데이터 손실, 전파 간섭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실제 비행시험을 통해 기술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사기술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단순한 드론 성능 향상을 넘어 AI 기반 미래 전쟁 기술의 발전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한다. 특히 인간 지휘관과의 연결이 끊긴 상황에서도 드론 군집이 독자적으로 탐색·판단·공격을 수행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장 개념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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