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2026년판 '국가방위전략'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표현 수위가 이전보다 완화됐으며, 특히 중국 대만 문제에 대한 언급이 전혀 담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력 매체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번 전략 문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안정적이고 평화적이며 공정한 무역, 그리고 상호 존중에 기반한 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명시했다. 문서는 중국을 “모든 지표에서 세계 2위의 강대국”으로 규정하면서도,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는 목적은 중국을 지배하거나 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이나 그 어떤 국가도 미국과 동맹국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전략에는 중국 대만 지역에 대한 언급이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는 2022년 바이든 행정부의 국방전략이 중국 본토를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존재로 규정하고, 대만의 비대칭 방어 능력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는 대만이 전략적 요충지로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새 전략은 미국의 전통적 동맹인 유럽을 향해 방위 부담 확대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문서는 “워싱턴의 군사적 지원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유럽은 스스로 더 많은 방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유럽과 기타 전구에서 동맹국에는 직접적 위협이 되지만 미국 본토 안보와는 거리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주도적 개입을 피하고, 핵심적이되 제한적인 수준의 지원에 그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유럽에 주둔한 미군 병력은 8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또한 문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3.5%까지 확대하고, 여기에 방위 관련 인프라 등 추가 지출 1.5%를 더해야 한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했다.
러시아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를 미국에 대한 “임박한 위협”으로 규정한 데 비해, 새 전략은 러시아의 위협이 “주로 동유럽에 집중돼 있으며 지속적이지만 관리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종전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도, 그 책임은 우선적으로 유럽에 있다고 명시했다. 문서는 러시아가 유럽에서 패권을 장악할 능력은 없으며, 유럽 나토 회원국들의 종합적 역량은 러시아를 상회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국방전략은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안보의 초점을 국경과 본토 방어로 옮겼다. 문서는 불법 이민과 마약 밀수를 주요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전 행정부가 국경 안보를 소홀히 한 결과 “불법 이민의 홍수와 광범위한 마약 유통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국경 봉쇄와 불법 이민자 추방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기후 변화는 바이든 행정부가 ‘신흥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던 것과 달리 이번 전략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라틴아메리카와 서반구가 미국 안보 의제의 우선순위로 격상됐다. 문서는 서반구에서 미국의 군사적 주도권을 회복하고,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 멕시코만 등 전략적 요충지의 군사·경제적 통로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책 방향은 문서에서 ‘몬로주의의 트럼프식 해석’으로 표현됐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군을 여러 차례 동원했으며, 베네수엘라 지도자 니콜라스 마두로 부부를 강제 연행한 급습 작전과 마약 밀수 혐의 선박에 대한 군사 공격으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 행정부는 해당 작전과 관련해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국제법 전문가와 인권단체들은 이들 행위가 초법적 처형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국방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유럽을 강하게 비판한 직후 공개돼, 유럽을 향한 압박 기조가 공식 문서로 제도화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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