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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안는 순간 파산”… 中 축구협회 초청전 추진에 지방도시 ‘분노 폭발’

  • 허훈 기자
  • 입력 2025.08.08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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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투데이] 지난달 24일, 중국축구협회(이하 축협)가 전국 지방정부에 초청장을 보냈다. 국가대표 축구팀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국제초청경기를 개최할 예정이라는 내용이다. “경쟁력 제고”라는 명분이 붙었지만, 실상은 지방 예산을 동원한 ‘공짜 흥행’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축협이 내건 조건은 이렇다. 수용 인원 3만명 이상의 전문 축구 경기장, 천연잔디 훈련장 두 곳, 선수단과 관계자 전원에 대한 5성급 호텔 숙식 제공, 의료·보안·교통까지 전부 지방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정작 축협은 가장 큰 수익원인 입장권과 중계권을 독점한다. 축구팬들은 이 구조를 두고 “축협은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돈을 버는 ‘공짜 늑대 장사’”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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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부 팬들은 경제적 손익을 따져봤다. 경기장 개보수에 약 500만 위안, 보안 경비에 회당 60만 위안, 반면 입장 수입은 많아야 150만 위안에 그친다. 게다가 대표팀이 흔히 그렇듯 0-3 정도로 패하면 도시 입장에서는 금전적 손해에 더해 여론의 질타까지 감수해야 한다.


쓰촨성 청두의 한 경기장은 "대회 한 건에 순손실만 45만 위안"이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더구나 축협은 각 지방에 ‘8월 15일까지 모든 신청서류를 제출하라’며 단 3주간의 준비기간만을 주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중국 SNS는 “누가 떠안으면 그 도시가 파산한다”는 문구로 도배됐다. 한 유저는 “이건 협회가 아니라 흡혈귀”라고 일갈했고, 댓글창은 순식간에 ‘개최 포기 유도’ 캠페인장으로 바뀌었다.


이미 여러 도시들은 대표팀 경기를 치른 후 된서리를 맞았다. 남부의 한 도시는 7월말 친선경기를 유치한 직후 지역 특산품 판매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한 상인은 “경기장 앞에서 팬들이 ‘개최해줘서 고맙다’는 조롱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고, 여행사 예약은 줄줄이 취소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팬들은 자발적으로 ‘3불 정책’을 제안했다. ‘경기 보지 않기, 대표팀 얘기하지 않기, 스폰서 제품 사지 않기’. 전국 각지에서 대표팀이 패배한 도시를 지도에 표시한 ‘패배 지도’도 SNS에 확산 중이다. 음식점에는 ‘대표팀 특별 메뉴’로 검은 옥수수빵과 토마토 계란볶음이 등장했고, 설명란에는 “실제 선수 식단”이라는 문구가 따라붙었다.


후폭풍은 스폰서에도 직격탄이 됐다. 나이키, 비야디, 중국평안 등 12개 기업이 후원 철회를 선언했고, 한 음료 브랜드는 후원 이후 매출이 18% 급감하면서 주가까지 곤두박질쳤다. 내부 관계자는 “스폰서 5곳 중 4곳이 뛰쳐나갔고, 남은 한 곳도 법무팀이 계약 해지를 검토 중”이라 밝혔다.


중국프로축구 슈퍼리그의 스폰서 총액도 2018년 44억4천만 위안에서 2023년 6억5천만 위안으로 85%가 증발했다.


대표팀 성적은 한 마디로 ‘재앙’이다. 7월말 일본 3군에게 0-2로 완패한 데 이어, 3일 뒤엔 한국에 0-3으로 대패했다. 3만8천 석 규모의 경기장에는 단 2천명만이 입장했고, 한 노인은 ‘환불하라’는 피켓을 들고 90분 내내 자리를 지켰다.


청소년 대표팀 U19가 한국을 꺾은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지만, 우승 멤버 네 명이 현재 배달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씁쓸함을 더했다. 올림픽 대표팀은 5성급 숙소와 최상급 잔디를 누리면서도 말레이시아에 0-3으로 졌다.


감독 선임 과정도 코미디다. ‘전문가 그룹’이 꾸려졌지만, 대부분이 “조언은 무시되고 책임만 떠안는다”며 거절했다. 감독은 1년에 15번 교체됐고, 전술은 산산조각났다. 선수들은 패배 후 “최선을 다했다”는 말만 반복했고, 팬들은 “예전엔 지면 울었지만 이젠 욕할 힘도 없다”며 허탈해했다.


반면, 귀주성의 '촌(村) 슈퍼리그'는 다른 세계였다. 화려한 시설도, 막대한 예산도 없지만 마을 사람들이 흙구장에서 경기를 열고 관중석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한 경기 중계 시청자는 800만 명을 넘었고, 이는 대표팀 친선경기보다 20배 많았다. “대표팀은 짐만 56개, 촌슈퍼는 응원단 56명”이라는 농담도 돌았다.


일본 언론은 “중국 대표팀 수준은 초등학생 수준”이라 평했고, 영국 <데일리 메일>은 “중국 축구는 문명국의 수치다. 자금성 안에 노점상이 있는 격”이라 직격했다.


결국 축협의 계획은 완전히 무산됐다. 8월 7일 기준, 단 한 도시도 유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5개 성도시 체육국은 ‘절대 신청하지 않기’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왕자영요’ e스포츠 국가대표 선발전은 시청자 수가 800만 명을 돌파하며 대표팀 경기를 완전히 압도했다. 댓글창은 이렇게 요약했다.

“이게 진짜 대표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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