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중국 축구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송카이 중국축구협회 주석이 “국가대표 선수들이 노력하지 않고, 겸손하지 않으며, 배우려 하지 않는다”며 대표팀 부진의 책임을 선수들에게 돌리자,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하지만 “선수 탓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반론 역시 거세다. 전문가들과 팬들 사이에선 “불량품이 나왔다고 해서 조립공 탓만 해서는 안 된다”는 자조가 나온다.
중국 축구 대표팀은 최근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 최하위를 기록하고,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0-7이라는 충격적인 대패를 당하며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80위 밖으로 밀려났다. 이를 두고 송 주석은 “대표팀은 하나의 생산라인이며, 선수는 그 결과물인 제품일 뿐”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공장 자체가 이미 구조적 부실로 병들어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선수는 제품일 뿐’… 문제는 생산라인 자체
비유를 그대로 따르자면, 지금의 중국 축구는 녹슬고 비틀린 생산라인 위에서 정비 한 번 없이 돌아가는 공장이다. 그 결과물로 나오는 ‘제품’인 대표팀의 경기력은 당연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중국 축구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그 ‘생산라인의 첫 단추’인 유소년 시스템에 있다.
현재 중국 전역에 등록된 유소년 축구선수는 고작 1만2천 명 수준. 인구 14억이라는 국가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반면 독일은 12만 명, 일본은 60만 명, 심지어 베트남도 4만 명에 육박한다. 이는 곧 유망주를 선별할 '모수' 자체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100명 중 1명을 선발하는 유럽형 엘리트 시스템과 달리, 중국은 10명 중 억지로 1명을 끌어올려야 하는 구조다. 국제대회에서 중국의 17세 이하, 20세 이하 대표팀이 존재감을 잃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린 시절부터 강한 상대와 부딪히며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은 국제무대에서 당황하고 무너질 수밖에 없다.
중간 가공도 엉망… ‘외국인 원맨쇼’ 된 중슈퍼리그
중국 프로리그인 중슈퍼리그(CSL)는 이 유소년 시스템이 길러낸 인재들을 더 높은 수준으로 ‘가공’해야 할 무대다. 그러나 이 무대조차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최근 CSL은 외국인 선수 규제를 완화하며 리그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재정난에 빠진 대부분의 구단들은 더 이상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데려올 여력이 없다. 올 시즌 최고 이적료 외국인 선수는 겨우 185만 유로. 한때 오스카 영입에 6천만 유로를 투자하던 CSL의 위용은 온데간데없다.
결과는 참담하다. CSL 총 득점 중 61% 이상이 외국인 선수 몫이고, 리그 득점 순위 상위권도 외국인 선수들이 독식하고 있다. 자국 스트라이커는 출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에서 골을 넣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주문이다.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 도전해 몸이 부서져가며 경쟁하던 과거와는 다른, 긴장감 없는 리그 구조가 이미 선수들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감독도, 정책도, 시스템도 계속 바뀐다
중국 축구의 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하는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축구협회의 비일관성과 혼란스러운 운영에 있다. 송카이 주석 스스로 “협회장이 2~3년마다 바뀐다”고 인정했듯, 매번 수장이 바뀌고 정책이 뒤바뀌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장기 전략은 실현되기 어렵다.
대표팀 감독 역시 잦은 교체로 일관된 전술 시스템을 이어가지 못한다. 리피 감독 체제에서는 공격 축구, 양코비치 감독 시절엔 수비 위주의 실리축구, 최근 이반코비치 체제에선 새로운 포메이션 실험에 나섰지만, 선수들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전술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이 전술, 내일은 저 전술”이라는 혼란이 반복되면서 경기력은 오히려 퇴보했다.
무리한 귀화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적지 않은 재정과 홍보비를 들여 귀화선수들을 영입했지만, 현재 꾸준히 출전하는 선수는 장광타이 한 명뿐이다. 그마저도 잦은 부상으로 믿기 어려운 카드가 됐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소규모 예산으로 로메니 같은 효율적인 귀화선수를 영입해 실질적인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선수가 나쁜 게 아니다, 시스템이 고장 났다”
대표팀의 골키퍼 왕다레이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해외로 나가야 한다. 2부리그라도 좋다”고 말했다. 그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국내 축구 시스템의 붕괴를 몸소 체감한 선수의 절규다.
청소년 육성부터 프로 리그, 대표팀 운영까지 전반적인 시스템이 멈춰선 상황에서, 단지 선수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구조적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다. 녹슬고 비틀린 공장에서 불량품이 나왔다고 말단 직원만 탓하는 꼴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질타가 아닌, 생산라인 전체를 개조할 수 있는 정밀한 진단과 지속 가능한 개혁이다.
결국, ‘국대가 왜 이 모양이냐’고 묻기 전에, 이들을 만든 공장이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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