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천
박태일
마을 이층 숲
참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하양 여우가 존다
배달말 깨우친 누나와 배우는 애토끼
귀엣말 조심조심 걸음 옮긴다
마을 이층 숲 누가 들렀나 누가
한국서도 멀리 부산서 온
너구리 아저씨
여름 물골에 부들처럼 무성한
천자문 배우기 배달말 배우기 책고랑 따라
걷는다 살몃살몃
아침부터 한낮까지 동무들
와도 그만 그만 안 와도
여우는 졸음을 살대발처럼 내렸고
마을 이층 숲 계단 아래로
삼월 고슴도치 찬바람이 구른다
마주 선 소학교와 중학교 사이
전깃줄을 뛰는 참새 떼
양조장 굴뚝은 볼 부어 붉고 높아
집집 지붕 더 눌러 앉힌다
기차역 폐품장 흐린 담길은
부스럭스럭 수수 밭머리로 고개 돌리고
근들이술 두 집만 일찍
등을 밝힌 채 저녁 고양이 기다린다.
박태일의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에서 발췌
ⓒ 인터내셔널포커스 & www.dspdaily.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
“이 나라는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한국에서 본 현실”
나는 한국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말하면, ‘본 적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 밤이 되면 유리처럼 반짝이는 도시, 완벽한 얼굴을 한 사람들, 사랑과 성공이 정교하게 배치된 이야기들. 그래서 이곳에 오기 전까지 나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한국은 어... -
시속 300km의 고속철, 금연 정책은 정지궤도
중국 출장길, 시속 300km로 질주하는 첨단 고속철에서 내린 순간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미래가 아닌 과거의 잔상이었다. 열차 문이 열리자마자 승강장을 가득 채운 매캐한 담배 연기가 밀려왔다. 줄을 선 승객들 사이, 열차 출입구 주변, 이동 통로까지 곳곳에서 당연하다는 듯 불꽃이 일었다. 처음에는 단순... -
워싱턴으로 향하는 한국 정치…동맹은 전략인가, 도구인가
생성 이미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익숙한 흐름이 드러났다. 국내 정치의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일부 정치권은 워싱턴을 향해 메시지를 발신한다. 동맹과 안보를 강조하는 발언은 이어지지만, 그 맥락은 외교라기보다 국내 정치와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