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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을 따라 걷다 ①] 백두산에서 시작된 물길, 국경을 따라 동해로

  • 허훈 기자
  • 입력 2026.08.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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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포커스] 백두산 정상에 오르면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천지로 향한다. 봉우리 사이에 내려앉은 짙푸른 물, 능선을 넘나드는 구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는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백두산의 물은 천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산 아래 곳곳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송화강과 압록강, 그리고 두만강이다. 그중 동쪽으로 방향을 잡아 동해까지 이어지는 강이 두만강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백두산 동남쪽 대연지봉 동쪽 기슭에서 발원하는 석을수를 두만강의 원류로 설명한다. 처음에는 산속의 작은 물줄기에 불과하지만 여러 지류가 합쳐지면서 강폭을 넓힌다. 그렇게 이어지는 두만강의 길이는 약 52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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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산 정상에서 바라본 천지. 짙푸른 천지와 주변 봉우리 위로 흰 구름이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인터내셔널포커스

백두산에서 내려와 동쪽으로 길을 잡으면 정상에서 보았던 풍경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높은 산과 숲이 이어지고 골짜기 아래로 물이 흐른다. 작은 계류들이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다 허룽 숭선 일대로 내려가면 제법 강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때부터 여행자의 눈에 들어오는 것도 달라진다. 강 건너편은 북한이다. 두만강은 상류와 중류에서 중국과 북한의 경계를 이루고, 하류에서는 북한과 러시아 사이를 지나 동해로 흘러간다.


두만강을 이야기하면서 이 강을 건넜던 사람들의 역사를 빼놓기는 어렵다. 19세기 후반 조선 북부에서는 자연재해와 빈곤 등으로 삶의 터전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두만강을 건너 지금의 중국 동북지역에 정착했다. 일제강점기에도 이주는 계속됐다. 오늘날 연변 조선족 사회가 형성되는 과정과 맞닿아 있는 역사다.


독립운동의 흔적도 강 주변 곳곳에 남아 있다. 용정과 화룡, 도문과 훈춘으로 이어지는 지역에는 당시 이주민들이 일군 마을과 학교, 항일운동의 기억을 간직한 장소들이 흩어져 있다. 강은 국경선이었지만 사람들의 왕래와 삶까지 완전히 끊어놓지는 못했다.


지금은 G331 국도를 따라 이 지역을 둘러볼 수 있다. 도로는 백두산 주변에서 안투와 허룽, 룽징, 투먼을 거쳐 훈춘으로 이어진다. 차창 밖으로 산과 농촌마을이 지나가다가 어느 순간 두만강이 모습을 드러낸다. 길을 달리다 보면 강이 가까워졌다 다시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투먼에 이르면 국경이라는 말이 한층 실감 난다. 강폭 너머로 북한의 산과 마을이 보인다. 다시 동쪽으로 달려 훈춘을 지나 방천에 이르면 중국과 북한, 러시아가 맞닿는 접경지역에 닿는다. 백두산에서 시작한 물길도 그 너머 동해를 향한다.


앞으로 이 길을 따라가 보려 한다. 허룽과 룽징, 투먼을 지나 훈춘과 방천까지, 두만강 주변에 남아 있는 역사와 지금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차례로 들여다본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두만강 여행은 이제 첫걸음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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