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8(월)
 



■ 최명광


누가 뭐라 말해도 박태하 감독은 연변축구수준을  업그레드시킨 영웅이다.

중국축구 갑급리그 12라운드 대 청도황해 경기가 끝난 후 일부 팬들은 <박태하 하차>를고 외쳤다. 그들이 무슨 마음을 품었는지 의문이다. 정말 안타까워서, 정말 연변축구를 사랑해서, 정말 연변 축구 앞날이 걱정돼서 외친 그런 마음은 같지 않다. 그런 마음이라면 대안이 있을 것이 아닌가, 막강한 스폰서를 대두시킨다든지, 막강한 명장을 모셔 온다든지 하는…

아무런 대안도 없으면서 무작정 <하차>를 외쳐대니 그 마음이 상당히 궁금하다.

박태하 감독이 하차했다고 가정하자.

그럼 어떤 감독을 영입할까?

현재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은 리피? 아니면 중국슈퍼리그에서 활약하는 만사노? 카펠로? 카나와레? 펠레라? 스미터? 와 같은 세계명장을?

연변 재정 수준으로 이게 가능할까? 차라리 하늘에 올라가서 골든별(金星)을 따오는 것이 훨씬 쉬울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영입한다고 치자. 연변 선수들은 다 집으로 돌아가고 그 연봉으로 감독이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 세계명장이 아닌 국내 감독을 모셔온다고 치자. 현재 국내 감독들의 지휘수준을 보면 박 감독 발뒤꿈치도 따라오지 못한다. 그처럼 빵빵한 선수들을 갖고도 쩔쩔매는 이런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는다면  연변은  망하는건 하루아침 일이다. 그리고 연변에 애정도 없다. 망하건 말건.

그럼 연변적 감독을? 이건 냉수를 떠놓은 사발 밑굽을 들여다보듯이 너무나 빤하다.

때문에 감독하차라고 외치는 것은 이지적이 아니고 너무나 충동적인 발로인 것이다.

물론 필자도 축구칼럼을 쓰면서 연변팀 감독진과 구락부에 의문을 던지고 질책하고 선수들을 <무뇌아>라고  힐책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연변 축구에 애정을 갖고 보낸 채찍질이지 절대로 나개인 분풀이거나 성깔을 발설하기 위함이 아니었음을 밝히는 바이다. 박태하 감독이 연변팀 지휘봉을 잡은 지난 몇 년간의 성과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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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기만을 보자. 현재까지 12라운드 경기에서 4승 2무 6패로 14점을 기록하면서 11위에 랭킹 했다. 쥐꼬리만한 투입에 신진들을 거느리고 이런 성과를 따냈으면 대단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필자의 소견으로 보면 이번 대 청도황해 경기는 비록 2 대 3으로 패했지만 올해 들어 치른 경기 가운데서 가장 훌륭하고 가장 멋지고 가장 스릴있게 치른 경기이다. 3일에 1 경기라는 살인일정을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7일이란 긴 휴식기를 달콤히 보낸 상대보다 더 힘차고 더 씩씩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오히려 긴 휴식기를 보낸 상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픽픽 쓰러지면서 야비하게 시간 끌기 작전을 펼쳤다. 살인일정을 소화한 팀으로 보였다.

정신력도 전술도 대방을 압도한 경기였다. 박 감독의 축구 철학이 잘 관철됐고 우리 용사들이 똘똘 뭉친 경기였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수준 미달로 아쉬운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절대 감독의 차실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아마추어 같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는가? 구락부 경제 사정이 사정인만큼 헐크나 오스카나 파투나 엘케손같은 선수를 영입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선수가 오면 역시 그 혼자만이 그라운드에서 뛰어야 하니깐.

박 감독이 연변 지휘봉을 잡은 후 팀 전술과 색깔이 확실해졌고 중국축구 무대에서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연변에는 화려한 스타도, 현란한 개인도,막강한 스폰서도 없다. 하지만 국내 슈퍼리그든 갑급리그든 어느 팀이나 연변을 만나면 진땀을 빼지 않은 팀이 없었다. 우리 선수들이 교묘한 배합으로 상대 수비수를 바보로 만드는 것을 볼 때면 한편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며느리와 쌀의 상관관계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재간이 뛰어난 며느리라 해도 쌀이 없이 어떻게 밥을 지을 수 있겠는가. 우리가 갑급리그로 강등한 후 외국인 선수와 국내 주력들이 팀을 떠나면서 신진들로 팀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줄을 어느 누가 모르는가. 거기에다 중국축구협회의 새로운 정책이 출범되면서 연변이 직격탄을 맞아 설상가상이 돼버렸다.

지난해에도 박 감독은 외국인 선수 영입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돈이 없어요.> 하고 서글프게 답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또 한번 서러움이 묻은 대답을 하였다.

<돈이 없다. 팬들이 저렇게 아우성을 치는데 저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저는 간 쓸개 다 빼놓고 있는 상황인데 팬들이 돈을 거두어 용병을 사주겠는가. 이런 부분은 좀 이해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기에 저 스스로는 절대 선수들을 버리지 못한다.>

참으로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속심의 말이다.

가난한 살림이지만 돈을 쪼개 쓰고 또 쪼개 쓰면서 자식을 남보다 못지않게 반반히 입혀 내보내는 부모의 마음이다.

지금 연변축구가 오늘 이 자리에 서 있게 된 것은 전부 박태하 감독의 덕분이다.

지금은 한마음이 되어 연변축구를 응원할 때다.

채찍질은 하되 책임감이 없이 그리고 너무 쉽게 <하차>를 외치지는 말자!

누가 뭐래도 박태하 감독은 여전히 연변축구의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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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하 감독, 그는 여전히 연변의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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