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한조선족의 거취 및 향후 전망
■ 김범송
1992년 중한 수교 이후 한중 양국관계가 정상화되면서 '코리안 드림'을 위한 조선족들의 출국 붐도 점차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70만 중국동포가 고국인 한국에서 장기적으로 체류하고 있다.
한편 일부 재한조선족들은 한국에서 불법체류 할지언정 '가족이 있는' 중국 '회귀'를 거부하고 있다. '나가기만 하고 돌아오지 않는' 조선족의 이주특징과 기현상에 대해 현재 많은 동포지성인들이 내심 우려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적 인구이동과 해외출국 러시로 조선족의 이중정체성 변화와 민족교육 위기, 주류민족 동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한국에 장기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많은 재한조선족들이 조국인 중국으로의 '회귀'를 포기하는 중요한 이유와 주요인을 다음의 몇 가지로 개괄할 수 있다.
첫째, 현재 대다수 재한조선족들은 서울 대림등 등지에 '차이나 타운'을 형성해 가족친지 위주로 생활하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중국(고향)에 일가친척과 땅, 직장도 없고 이미 '삶의 기반'을 상실했다.
둘째, 언어가 통하는 고국에서 5~10년 간 생활해온 동포 1~2세대들은 '하루살이' 품팔이에 만족하고 있고 어느덧 한국생활에 적응되었다. 그들은 중국에 아파트를 마련했고 자녀 교육비도 벌었지만, 노후준비를 위해 아직도 '고된' 한국생활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셋째, 재한조선족 대다수가 시골과 도시밑바닥 출신이며 '낮은 소질'로 인해 도시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중국에서 직업 찾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그러나 고국에서는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3D 업종과 식당 및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 각자 나름대로의 '코리안 드림'을 실현해가고 있다. 또 장기간 고국에서 체류하면서 더 부실해진 중국어와 중국문화 몰이해가 고향 '회귀'의 걸림돌이 되었다.
넷째, 2007년의 방문취업제 등 재외동포정책으로 중국동포들의 불법체류가 크게 줄었고, 서울 구로구 등지에 동포타운을 구성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다섯째, 절대다수가 농촌출신인 재한조선족들은 선진국 수준에 이른 한국사회의 발달한 경제문화와 쾌적한 도시생활에 점차 적응돼 가면서 '서울인'이라는 강한 자부심과 긍지감에 빠져 있다. 돈도 벌었고 '도시인'으로 탈바꿈해 가는 중국동포들이 황폐화된 고향농촌에 돌아가야 한다는 '사명감'과 동기부여를 이미 상실한 것이다.
한편 많은 재한조선족들이 향후 조국인 중국에 돌아갈 충분한 개연성과 주객관적인 요인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 주장이다. 그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생활력과 인내심이 강한 1~2세대 동포들은 고되지만 '보람 있는' 한국생활에 미련 버리지 못하지만, '중국인' 정체성이 강한 동포 3~4세대는 중국생활을 선호하고 있다. 현재 대다수의 재한조선족들의 자녀가 중국에 있다. 물론 그들이 자녀의 교육비용을 해결했지만, 이산가족으로서 '부모구실'을 못했다는 자책감에 젖어 있다. 그들이 돈을 번 후 자녀가 있는 중국에 돌아가 노후를 보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둘째, 현재 많은 재한조선족들은 고향에 '돌아가 살' 집을 마련했고, 또 노후보험과 부모자식 간 인연이 중국에 남아 있다. 현재 고국에서 외국인도 동포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로, 인격무시와 일상차별 대상이 되고 있는 동포들에게는 소수민족 우대정책과 '자유롭고 평등한' 중국생활이 고향 '회귀' 매력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방문취업제 정책으로 한국에 대량 입국한 중국동포들은 체류기한이 만료된 후 귀국하지 않으면 곧 '불법체류자'로 전락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재외동포점책에 힘입어 '빚 없이' 한국에 나온 동포 2~3세대들에게는1세대의 강인한 의지와 인내력이 결여되어 있다. 결국 이는 그들이 이방인의 열악한 생활환경에 더 버티지 못하고 언제든지 중국에 돌아갈 수 있는 '주관적 요인'이 될 수 있다.
넷째, 현재 중국사회 경제발전중심이 조선족이 집중되어 있는 동북지역으로 이전되고 있다. 특히 동북진흥계획의 핵심프로젝트인 '장길도'개발계획은 연변자치주의 산업화·도시화를 촉진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이는 그동안 한국에서 창업자금을 마련했고 경영노하우와 전문지식을 익힌 조선족들로 하여금 중국에서의 창업을 통해 저마다 '사장'이 되고 나아가 '신분상승'을 달성케 할 것이다. 이 또한 많은 재한조선족이 불원간 고향에 돌아가는 중요한 동기부여로 작용할 것이다.
다섯째, 한중 FTA시대 도래 역시 향후 재한조선족의 중국 '회귀'에 긍정적 호재, 플러스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 한중 FTA 체결로 인해 한중 경제교류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이는 중국조선족의 이중문화 우세와 '중간조정자' 역할을 한층 더 부각시킬 것이다. 이런 호재와 기회는 중국국민인 재한조선족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현재 한국에 장기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많은 재한조선족들은 '생활기반을 상실'한 중국에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들 중의 절대다수는 '한국인' 동화과정에서 저소득층·영세민으로 전락될 것이다. 한편 주류민족 동화과정에서 조선족 개개인은 삶의 '질적 변화'를 이룰 수 있지만, 조선족공동체 '멸망'은 더욱 가시화될 것이다. 요컨대 조선족사회 개개인의 '신분상승'과 '윤택한 삶'은 영위되는 반면, 주류민족에 '잠식'되는 민족동화와 민족정체성 상실은 궁극적으로 '민족의 자멸'을 초래할 것이다.
100년 전에 조선족이 이 땅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정설이다. 한편 100년 후 '주류민족 동화'로 종국에 조선족은 이 지구상에서 '멸망'될 것이라는 지성인들의 우려가 결코 기우만이 아닐 것이다. 특히 오늘날 주류민족(한족)에 동화되어 민족정체성을 상실한 소수민족 만족의 '비극적 사례'를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 동포투데이 & www.dspdaily.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
엇갈린 시선, 닿지 않는 마음 — 한중 젊은 세대의 온도차
● 허 훈 최근 한국에서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가 중국 온라인 공간에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 청년층의 다수가 중국을 ‘가장 비호감 가는 국가’ 중 하나로 꼽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수치는 마치 이웃이 적의를 품고 노려보는데도, 정작 당사자는 시선조차 주지 않는 기묘한 장면처럼 ... -
왜 예술인에게 ‘재교육’이 필요한가?
6월의 비는 쉼과 시작 사이를 적신다. 벌써 반년이 지나고, 빗소리는 지나온 시간에 안부를 전하듯 마음을 두드린다. 그리고 지금, 그 빗줄기처럼 우리에게 용기를 속삭인다. ‘다시 시작하라, 다시 배움에 도전하라’ 라고... 무용, 음악, 미술, 연극, 뮤지컬 등, 예술을 전공한 수많은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 -
“나도 드라마 속 ‘가난한 사람’이 되고 싶다”
● 허 훈 가난한 사람을 다루는 드라마를 네 나라, 한국·미국·중국·일본의 작품을 함께 놓고 본다면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네 나라 중 유독 한 곳만, 가난이 너무도 ‘예쁘게’ 포장돼 있다. 바로 중국이다. 요즘 중국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미드·한드·일드나 본다”는 말이 유행처럼 ... -
디아스포라와 AI 시대, 한글교육의 도전과 과제
허 훈 | 칼럼니스트 “디아스포라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지난 6월 23일 서울 종이나라박물관에서 열린 ‘지구촌한글학교미래포럼’ 제10회 발표회에서 전후석 다큐멘터리 감독이 던진 이 말은 한글교육의 본질과 미래를 깊이 성찰하게 하는 표현이었다. 한글교육은 더 이상 단순한 문자 교육... -
“중국이 최대 피해자”?…美·伊 전쟁 프레임 뒤에 숨은 불안한 백악관
미국 언론이 “미국과 이란이 충돌할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중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이, 테헤란의 폐허가 된 거리에서는 한 청년이 무너진 벽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에겐 시간이 있고, 제국에겐 최후통첩뿐이다.” 이 짧은 문장은, 대결 국면의 중심에서 중국을 지목하는 서방의 담론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 -
역사 속 ‘신에 가까운’ 일곱 사람…제갈량도 5위 밖, 1위는 누구였을까
각 시대마다 역사 흐름을 바꾸는 탁월한 인물들이 등장해왔다. 이들은 그 지혜와 능력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신과 같은 존재’로 불리며 사회와 문명의 발전을 이끌었다. <삼국연의>로 널리 알려진 제갈량은 이러한 인물 중 대표적으로 손꼽히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는 그조차도 ‘신인’ 순위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들...
NEWS TOP 5
실시간뉴스
-
중국인 아이돌의 한마디에 ‘집단 분노’… 한국 사회의 불안한 자화상
-
중국 축구, 끝없는 추락에 해체론 재점화
-
“감독만 바꾸면 나아질까”…中 축구, ‘20년 책임 전가’의 민낯
-
‘홍대 중국인 커플 폭행’, 언제까지 외국인 혐오에 눈 감을 것인가
-
“억제”의 환상, 전쟁의 불씨가 된 서태평양…수천만 생명 위협하는 핵 시나리오
-
디아스포라와 AI 시대, 한글교육의 도전과 과제
-
'축구 굴기'의 허상, 국가 통제 축구의 비극
-
“나도 드라마 속 ‘가난한 사람’이 되고 싶다”
-
“중국이 최대 피해자”?…美·伊 전쟁 프레임 뒤에 숨은 불안한 백악관
-
엇갈린 시선, 닿지 않는 마음 — 한중 젊은 세대의 온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