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9(일)
 
[편집자 주: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에 대한 가치판단과 본지의 편집방향은 무관합니다. 다만 필자가 소개하는 북에 대한 정보를 통해 남북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개합니다.]


사람이란 환경의 제한을 받기 마련이다. 한국에서 어버이날에 자주 불리어 한국인들이 잘 안다는 노래 《어머니의 마음》(양주동 작사, 이흥렬 작곡)을 필자는 요즈음에야 듣게 되었다. 1930년대에 나온 노래라고 하는데 그 시기의 유행가 《타향살이》, 《나그네 설움》 따위는 중국 조선족사회에서 잘 알려졌지만 왜서인지 《어머니의 마음》은 필자가 제목조차 들은 적 없다.

어머니의 마음

1.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2. 어려선 안고업꼬 얼러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앓을사 그릇될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위에 주름이 가득
땅위에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님의 정성은 지극하여라

3. 사람의 마음속엔 온 가지 소원
어머님의 마음속엔 오직 한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 위하여
살과 뼈를 깎아서 바치는 마음
인간의 그 무엇이 거룩하리오
어머님의 사랑은 그지없어라

음미해보다가 다른 노래에서 조금 비슷한 인상을 받았던 게 생각나 찾아보니까 조선노래 《어머니생각》(전동우 작사, 서정건 작곡)이었다. [통일문화 만들어가며 102편] “조국아 나는 영원히 그대의 아들”(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8233)에서 소개한 시인 전동우(1931.4.20∼1999.10.9)의 작품이다.

어머니생각

1. 어려서는 철없어 애를 태우고
자라서는 철들어 속을 태웠네
다정하신 눈가에 새겨진 주름
이 아들이 걸어온 자욱입니다
아 어머니 나를 키운 어머니 우리 어머니

2. 종아리를 거두어 매를 드실 때
가슴속에 감추신 뜨거운 눈물
그때에는 왜 미처 내 몰랐던가
해가 가고 달가니 사무칩니다
아 어머니 나를 키운 어머니 우리 어머니

3. 즐거움과 기쁨은 자식들에게
괴로움과 아픔은 그 마음속에
이제라도 그것을 바꿔드리면
귀밑머리 다시 검어 지실가
아 어머니 나를 키운 어머니 우리 어머니

4. 걸음마를 뗄 적에 잡아준 손길
어이하여 오늘도 못놓으시나
자식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
내 나라를 위하는 뜻이랍니다
아 어머니 나를 키운 어머니 우리 어머니

전동우의 동료였던 시인 최희건의 회고에 의하면 이 노래 발표초기에 찬송대상이 도대체 누구인가 의견들이 분분했다 한다. 조선에서는 노동당을 어머니에 비기는 시와 노래들이 많이 나왔기에 《어머니생각》의 “어머니”가 당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적지 않는 창작가들도 당에 대한 노래로 보았다 한다. 그런데 사실 이 노래는 언젠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작가들에게 어머니생일날이나 환갑날에 자식들이 어머니에게 불러 드릴 그런 노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전동우가 그 말을 오래도록 마음속에 새겨 두다가 퍽 오랜 시일을 거쳐 이 가사를 써냈고, 김정일 위원장에게서 가사를 잘 썼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다.

전동우 본인의 창작수기에 의하면 노래 《어머니생각》을 자기 어머니에게 불러 드렸다는 한 청년이 그를 찾아 와서 어머니에 대한 좋은 노래를 지어 주어 정말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고 갔다니까 굉장히 인기가 높았던 모양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이 당을 생각하면서 “어머니생각”을 부르더라도 안 될 건 없겠다만, 저자의 창작의도가 인간 어머니였으니 역시 그렇게 알고 부르는 게 더 알맞겠다.

노래방에 뻔질나게 다니던 시절 숱한 한국노래들을 들었는데 어머니나 부모와 직결되는 노래로는 《불효자는 웁니다》밖에 없었다. 먹고 마시고 소리지르는 노래방이란 장소가 어머니를 생각하기 어울리지 않아서일지 모르겠다.

남과 북, 해외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금까지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고향의 봄》, 《아리랑》 같은 노래들을 불렀다고 하는데, 어머니에 대한 노래들도 훌륭하지 않겠나 싶다. 어머니 송가들을 모으고 연구하고 부르는 것도 통일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일 것이다.(2012년 9월 29일)
/자주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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