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가 발표한 글로벌 여론조사 보고서에서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조사 대상국 가운데 중국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인식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 국가들이 중국을 ‘필요한 협력 상대’로 평가한 것과는 뚜렷한 대비다.
ECFR가 2025년 11월 전 세계 21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해 공개한 이번 여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85%), 러시아(86%), 브라질(73%) 등에서는 중국을 ‘필수적 파트너’ 또는 ‘잠재적 동맹’으로 인식하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인도 역시 전략적 경쟁 구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을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되는 흐름을 보였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반면 한국과 우크라이나에서는 중국을 ‘경쟁자’ 또는 ‘적대적 국가’로 인식하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인식이 외교 노선의 차이만으로 설명되기보다는, 각국이 처한 안보 환경과 구조적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한반도 안보 상황이 대중 인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상존하는 환경 속에서 한국 사회는 미국과의 동맹에 강하게 의존해 왔고, 최근 미국의 거래 중심 외교 기조가 강화되면서 이러한 의존성이 더욱 두드러졌다는 설명이다. 대중 강경 태도가 일종의 동맹 신뢰 신호로 작동하며, 중국에 대한 인식도 경직된 방향으로 굳어졌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여기에 산업 구조 변화도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과거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던 스마트폰,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 중국 기업들의 급성장이 가시화되면서,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정서가 역사·문화 논쟁 등 비경제적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며 대중 감정을 자극해 왔다는 점도 보고서는 언급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보고서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대중 인식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와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 사회는 사실상 전시 여론 환경에 놓여 있으며, 서방 중심의 정보와 서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강조해 온 휴전 촉구와 인도적 지원, 글로벌 공급망 안정 노력은 현지에서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고, 일부에서는 이를 소극적 태도나 러시아에 대한 묵인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형성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인식이 사실에 근거하기보다는 생존 압박과 전시 심리 속에서 나타난 반응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전쟁 상황에서는 세계가 흑백 구도로 단순화되기 쉽고, 독자적인 판단 공간이 크게 줄어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의 신뢰도에 대한 국제적 의문이 커지고, 관세와 안보 공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보다 자율적이고 실용적인 외교 노선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이념보다 경제 협력과 정책의 연속성을 중시하는 행위자로 평가받는 흐름이 뚜렷해졌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국제사회에서 국가에 대한 평가는 구호나 진영 논리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안정과 이익을 제공하는지에 따라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산업 전환의 진통을 겪는 한국과 전시 정보 환경 속에 놓인 우크라이나 모두 시간이 지나며 보다 현실적인 판단에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함께 제시했다.
끝으로 보고서는 중국 역시 외부 평가에 과도하게 반응하기보다 경제·기술·공급망 안정이라는 자국 과제를 꾸준히 수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강력한 외교 자산이 된다고 덧붙였다. 다극화가 심화되는 국제 질서 속에서 결국 신뢰를 얻는 국가는 예측 가능성과 실질적 성과를 보여주는 국가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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