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강원도 양구군 농가에서 일하던 필리핀 국적 계절노동자 91명이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진정이 접수되면서, 고용노동부가 전담팀을 꾸려 조사에 나섰다. 노동부는 이번 사건을 외국인 노동자 대상의 조직적 착취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고용 브로커의 불법 수수료 편취 의혹도 함께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1일 해당 진정을 접수한 직후, 김영훈 장관의 지시에 따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강원지청에 전담팀을 구성해 즉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고 1일 밝혔다. 전담팀은 임금 체불 규모와 경위를 집중적으로 파악하고,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를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는 농가와 외국인 노동자 사이를 연결한 브로커 업체가 과도한 수수료를 챙겼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노동부는 해당 브로커가 근로기준법상 ‘중간착취 배제’ 조항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해, 위법 정황이 확인되면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인권 침해는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단지 언어나 문화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열악한 제도와 고용 관행 속에서 그들은 '침묵하는 피해자'가 되기 쉽다.
지난 2월22일, 전남 지역에서 네팔 청년 노동자가 숨진 사건이 그 단면을 보여준다.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노동자 62명을 고용한 양돈업체 사업주 ㄱ씨의 상습적인 폭행과 2억6천여만원에 이르는 임금·퇴직금 체불 사실이 드러났다. 노동부 목포지청은 해당 사업주를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또 다른 충격적인 사례로는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를 지게차에 묶어두고 학대한 사건도 있다. 이 사건은 고용주나 관리자들이 폭력을 동원해 노동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재희 목포지청장은 당시 “사업주의 장기간 폭행과 임금 체불에도 피해자들이 신고하지 못한 것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처한 취약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형사 처벌뿐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가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장을 “현실을 외면한 단순화”라고 일축한다.
한 노동시장 전문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투입되는 농축산업·건설·단순 제조업 등은 이미 장시간 저임금과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인해 내국인들이 기피한 분야”라며 “이런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외국인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사회적 책임 회피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 노동자를 대체할 인력이 없는 상태에서 그들의 노동에 의존하는 구조가 이미 고착화된 만큼, 이들을 향한 혐오나 비난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사회 분열만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노동자를 ‘값싼 인력’이 아닌 ‘함께 일하고 살아가는 이웃’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외국인 노동자 인권 실태 조사에서 “체불임금, 숙소 환경, 안전 문제, 고용 브로커 구조 등 다수의 제도적 허점이 여전히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을 보호하려는 정책이 아니라 관리 대상으로 보는 관점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이런 부끄러운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외국인 노동자도 존엄한 노동의 주체로 대우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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