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多가치 포럼 대표)
오는 9월 7일부터 제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1인 가구 건강보험료 17만 원 이하이면 1인 25만원을 지급한다. 이렇게 따지면 전체 80%이상이 재난지원금을 받게 된다.
필자가 제5차 재난지원금에 주목한 것은 재한동포사회에 대한 지급문제이다. 다시 말하자면 작년 재난지원금 지급에 있어서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동포들의 경우 영주권자(F-5), 국민의 배우자(F-6)에 한해서만 지급했을 뿐 재외동포비자(F-4)와 방문취업비자(H-2)는 제외시켜 논란이 있었다.
이번에는 다르겠지. 혹시나 하는 의망을 품었으나 역시나 실망이다. 무슨 말이냐면 이번 제5차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역시 F-4와 H-2를 배제시켰다는 것이다.
코라나19는 어느 나라든 빠뜨리지 않고 휩쓸고 있다. 따라서 어느 나라든 재난지원금 문제에 마주하고 있다.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의 경우 자국에 장기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에게 재난지원금을 어떻게 지급하고 있을까? 미국을 비롯한 유럽국가들 및 이웃 나라인 일본마저 90일 이상 장기체류하면서 경제 활동하는 외국인에게 전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거나 하고 있다. 여기서 경제활동이라는 개념은 세금을 납부한다는 의미이다.
재난지원금 뿐만 아니라 작년 초 코로나19 확산 시 선진국들에서는 마스크 판매에 있어서 외국인을 제외시키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재한동포사회를 어떻게 대해 왔는가? 지난해 3월 초 정부는 마스크 품절현상에 대비해 공적마스크를 판매했는데 내국인에게만 팔고 동포들에게는 팔지 않았다. 한 달 지나 마스크 공급이 조금씩 완화되자 건강보험가입자에게만 한해서 판매했다. 어느 공무원 나으리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인지, 내국인만 마스크 쓰고 ‘외국인’은 마스크 쓰지 않아도 방역이 된다는 건지?
공적마스크 판매에서 외국인을 제외시키더니 재난지원금 지급도 외국인을 배제했다.
혹자는 중앙정부는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제도를 펼치기 때문에 외국인을 제외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정부 행정시스템 상 존재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핑계가 된다면 F-5와 F-6 소지자도 똑 같이 제외시키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왜 어떤 비자는 되고 어떤 비자는 안 된다는 것인지?
선진국들이 외국인에게 지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조건은 정상적인 체류자로서 세금을 납부하는 자이다.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F-4와 H-2 소지자들은 역시 세금을 납부하고 있고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이 두 가지 조건만 구비되면 재난지원금을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두 종류 비자 소지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사실 재한중국동포 중 F-5와 F-6 소지자는 소수이고 F-4와 H-2 소지자가 50여만 명이나 된다.
“만약 중국동포들이 전부 한국을 떠나는 날이면 대한민국은 마비상태에 빠질 것이다.”
어느 거물급 정치인의 말이다.
현재 F-4와 H-2 소지자들이 대한민국 산업을 떠이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중요한 일을 떠맡고 있는 이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그렇거니와 제도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더 웃기는 것은 F-4와 H-2 소지들을 주민으로 취급하지 않고 순수 외국인으로 취급하면서 왜 주민세는 꼬박 받아 가는가?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주민세를 납부하는 사람들을 재난지원금에서 배제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일흔이 넘는 안00는 작년 1월 말 한국에 입국해서 F-4비자로 10개월 체류하다가 작년 11월 말경에 출국했는데 요즘 2021년 주민세를 납부하라는 고지서가 날아왔다. 이미 출국한 분들마저 주민세를 납부하라고 하면서 재난지원금은 안 주겠다는 정부는 이북 말로 표현하자면 실로 ‘아다먹기, 시비도리를 따지지 않고 막무가내란 뜻)’다. 물론 전산 시스템 상의 문제로 인해 출국이 체크가 안 돼 그럴 수는 있겠다고 너그럽게 이해해주자. 하지만 필자의 뜻은 받을 것은 악착스레 받으려 하면서 줄 것은 주지 않겠다는 정부의 속셈이 야속스럽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또 한 가지 사례를 들자면 정부는 재한외국인을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시켰다. 듣기 좋게 의무적 가입이지 사실상 강제가입이다. 물론 의무든 강제든 가입자체를 흠 잡자는 것이 아니다. 어떤 방식이든 외국인을 건강보험에 가입시켰으면 그에 해당되는 혜택도 따라가야 마땅한 제도가 아닐까? 이번 제5차 재난지원금 지급 조건은 1인당 수입도 보지만 가장 기본 조건이라 할까 건강보험에 가입한 자에게만 한해 지급한다.
F-4와 H-2 소지자 중 다수는 세금도 납부하고 건강보험에도 가입되어 있다. 내국인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재난지원금을 주지 않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말 외에 달리 할 말이 없다.
“대한민국이 아니었다면 우리 조선족사회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넉두리는 이젠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왜냐면 과거 시장에서 사과 한 알 사 먹으려 해도 중국과의 환율을 따져보고 내밀었던 손을 주춤거리며 한 푼이라도 최대한 아껴 고향에 송금해서 빚 갚고, 자녀를 공부시키고, 아파트를 마련하던 시대에나 맞는 말이다. 이젠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저 달라진 것이 아니라 천지개벽이다. 고향에 사 두었던 아파트를 팔고 한국에서 내집 마련에 보태고, 자동차도 사고, 입을 것을 아끼지 않고 입고 먹을 것을 아끼려고 먹지 않는 세월은 이미 천방야담(천일야화)과 같은 얘기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이젠 주말이면 명절이면 가족끼리 친구끼리 여행 다니고 낚시 다니면서 즐기는 삶을 살고 있다. 번 돈을 한국에서 대부분 소비하는 시대가 왔다. 내국인과 똑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왜?!
이 말만은 하지 않으려고 다짐했건만 너무 화가 나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이주민의 정치성향은 진보를 지지한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보편 현상이다. 미국의 경우도 공화당 정부는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치고 민주당 정부는 그 장벽을 허문다. 쉽게 말하자면 진보 정권은 약자의 편에 서고 보수 정권은 이주민을 배척하는 경향이 보편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한국의 경우 과거 한 때 절대다수가 불법체류로 암담하게 살고 있던 동포들을 합법적으로 구제한 것이 노무현 정부이다. 2007년 3월 방문취업비자(H-2)를 신설하여 조선족동포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게 되었고, 고향에 합법적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그때부터 재한조선족사회는 진보정권을 많이 지지해왔다. 문재인 정부에도 마찬가지로 많은 지지를 보냈다.
약자를 대변한다는 문재인 정권 초기에 과거에 비해 획기적으로는 몰라도 많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문재인정부 들어서서도 영주권자를 포함한 동포 자녀가 유치원에 다니면 유치원비를 내야 한다. 내국인과 같이 세금 내고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어도 유치원비를 낸다. 4년 내내 이 문제를 제기해도 허공의 메아리다. 2년 지난 시점에 동포사회에 대한 정책제도상 별로 눈에 띌만한 변화가 없었다. 후반기에는 낫겠지. 그런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환난이 생겼을 때 친구를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19사태가 터지자 공적마스크도 사지 못하게 하고 재난지원금도 주지 않는다. 믿던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캠프들에서 동포사회를 많이 찾아온다. 마치 제기하는 문제를 전부 해결해 줄 것처럼 공약(公約)에 반영하겠다고 큰소리들 친다. 정작 당선되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수염을 쓱 닦고 돌아선다.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만 남발하려 다니는 선거캠프들. 이젠 이런 ‘사기성적인 정치해위’에 속지 말아야 한다. 거꾸로 선거철만 되면 후보 캠프에서 00위원장, 00본부장이요 하는 임명장을 받으면 무슨 벼슬이나 한 것처럼 우쭐대는 동포사회도 문제이다. 동포사회도 이젠 이런 유치한 행위에서 벗어나 올바른 정치 참여가 시행되어야 할 시기이다. 아직도 성숙되지 못해 정치인들에게 이용만 당하는 그런 유치한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공적마스크와 같은 차별을 하지 않을 후보, 재난지원금도 주는 후보, 재외동포비자 소지자를 외국인이 아닌 진정 주민으로 받아들이려는 후보에게 한 표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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