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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항일연군은 심사 대상 아니다”…허성숙 서훈 막은 한마디

  • 허훈 기자
  • 입력 2026.10.1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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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일파 아버지와 의절하고 만주 항일전선으로…두 차례 서훈 신청 좌절, 이념적 판단 개입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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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지린성 연변 대사하전역기념관에 세워진 조선인 여성 항일투사 허성숙(1915~1939)의 흉상. 허성숙은 동북항일연군에서 일본군에 맞서 싸웠으나 대한민국에서는 아직 독립유공자로 서훈받지 못했다.(인터내셔널포커스)

[인터내셔널포커스] 열다섯 살에 항일전선에 뛰어들어 기관총을 잡고 일본군과 싸운 소녀가 있었다. 친일파 아버지와 의절하고 만주로 향한 허성숙(1915~1939)이다. 스물네 살에 생을 마친 그의 항일 행적은 국내 역사서에서도 다시 조명되고 있지만, 대한민국 독립유공자 서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뉴스1은 지난 4월 15일 신간 『아무도 몰랐던 독립운동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허성숙을 주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다뤘다. 역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항일 인물 29가지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허성숙을 친일파 아버지와 절연하고 만주 항일유격대에서 기관총수로 싸운 소녀로 소개했다.


허성숙은 일제강점기 중국 동북지역에서 활동한 조선인 여성 항일투사다. 동북항일연군 계열의 무장투쟁에 참여해 일본군에 맞섰으며, 광복을 보지 못한 채 1939년 생을 마감했다.


그의 독립유공자 서훈을 추진한 것은 2015년이었다.


필자는 그해 11월 24일 허성숙에 대한 독립유공자 포상을 직접 신청했다. 첫 번째 회신은 기억에 따르면 '공적활동 미비'였다. 이후 관련 역사문헌과 공적자료를 보완해 다시 신청했지만 두 번째 회신은 뜻밖이었다.


“동북항일연군은 심사 대상이 아닙니다.”


그 문구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회신을 받은 뒤 여러 사람에게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동북항일연군 소속이라는 이유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받아들여 더 이상의 신청을 포기했다.


두 차례 회신의 차이는 단순한 자료 부족을 넘어선 의문을 남긴다. 처음에는 공적활동이 미비하다고 했다가 자료를 보완하자 소속 조직 자체가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허성숙 개인의 항일공적보다 동북항일연군의 정치적 성격을 우선한 것은 아닌지, 당시 서훈 심사에 이념적 판단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북항일연군은 중국공산당의 지도를 받았지만 일본군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인 조직이기도 했다. 조선인 항일투사들도 다수 참여했다. 조직의 정치적 성격과 개별 대원의 항일공적을 어떻게 구분해 평가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2018년 국가보훈처는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에 대한 포상 범위를 확대했다. 독립운동 당시의 활동과 공적을 보다 폭넓게 평가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같은 변화는 2015년 허성숙에게 적용된 판단을 다시 살펴볼 이유가 된다.


중국 지린성 연변의 대사하전역기념관에는 지금도 허성숙의 흉상이 서 있다. 중국에서는 항일영웅으로 기념되는 인물이지만 한국에서는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채 남아 있다. 물론 중국의 역사적 평가가 곧바로 한국의 서훈 기준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그의 항일행적이 어떤 기준으로 검토됐는지는 확인할 가치가 있다.


허성숙은 열다섯 살에 항일전선에 뛰어들어 광복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이제 그의 삶은 국내 역사서에서도 다시 소개되고 있다.


일본군과 싸웠다는 사실보다 어느 조직에 속했는지가 먼저 고려됐다면, 그 판단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허성숙의 서훈 신청에 이념적 잣대가 작용한 것은 아닌지, 11년이 지난 지금도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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