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과 유럽이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 경쟁이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인재와 연구 분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무역과 산업에서는 부딪히면서도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사이의 인적 교류는 이어가겠다는 흐름이다.
지난 21일 베이징에서 열린 ‘2026 중국·유럽 인재 포럼’에는 중국과 유럽의 정부 관계자와 국제기구, 대학, 연구기관, 기업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청년·교육·과학기술·문화·미래산업·생태문명 등 6개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다.
올해 포럼에서 특히 비중 있게 다뤄진 분야는 AI였다. 기술 변화가 일자리와 기업의 인력 수요를 빠르게 바꾸면서 사람을 어떻게 키우고 재교육할 것인지가 주요 논의 대상으로 올라왔다.
스위스 인력서비스 기업 아데코그룹의 장 크리스토프 데라르즈 회장은 AI가 현재의 일자리뿐 아니라 앞으로의 노동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 교육기관의 공동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엔 관계자들도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을 잇는 국제 인재 협력 확대에 무게를 뒀다.
말에 그친 행사만은 아니었다. 포럼에서는 중국과 유럽의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중·유럽 인재 싱크탱크 연맹’이 출범했다. 인재 정책 연구와 국제교류, 정책 자문 등을 맡고 국제 인재 이동에 관한 연례 보고서와 AI 시대 인재 데이터 협력망 구축도 추진한다.
젊은 연구자와 창업자를 베이징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도 나왔다. 국제 청년 인재의 베이징 혁신·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소개됐고, 해외 인재를 현지 기술·창업 생태계와 연결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행사에서 공개된 ‘글로벌 도시 인재 정착지수 2026’에서는 베이징이 뉴욕·런던·샌프란시스코·파리에 이어 5위에 올랐다. 세계 47개국 130개 도시를 대상으로 경제 기반과 혁신 동력, 문화적 개방성, 사회복지와 생활환경 등을 평가한 결과다. 베이징은 7년 연속 10위권에 들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베이징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베이징에는 92개 대학과 1천여 개 연구기관이 있으며 외국인 전문가 약 2만 명이 활동하고 있다. 베이징시는 AI와 신에너지, 환경, 보건 등의 분야에서 유럽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과 공동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포럼이 열린 시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중국과 유럽은 전기차를 비롯한 주요 산업과 무역 문제를 놓고 마찰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인재와 연구 분야에서는 협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AI 확산으로 연구자 확보와 전문인력 재교육이 각국의 공통 과제로 떠오른 상황도 이런 움직임과 맞물린다. 첨단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술을 실제 산업과 연구 현장에서 다룰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8년 시작된 중국·유럽 인재 포럼은 지금까지 7차례 열렸다. 베이징과 유럽을 오가며 행사를 이어가는 방식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올해 베이징 행사에 이어 다음 개최지는 독일 베를린으로 예정돼 있다.
경제·통상 현안을 둘러싼 중국과 유럽의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 와중에도 연구자와 대학, 기업을 잇는 인재 교류는 별도의 협력 통로로 남아 있다. 베이징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그 통로를 한층 넓히려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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