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에 연구와 교육 목적으로 기증된 시신에서 장기와 인체 조직을 몰래 빼돌려 판매한 사건과 관련해 대학 측이 피해자 유족들에게 53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의대 영안실 책임자가 수년간 범행을 이어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신 기증 관리체계에 대한 대학의 책임도 도마 위에 올랐다.
AFP, 신화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주 법원은 18일(현지시간) 하버드대가 유족들에게 총 5300만달러를 지급하는 내용의 집단소송 합의안을 예비 승인했다.
사건의 중심에는 하버드 의대 영안실에서 약 30년간 근무한 전 책임자 세드릭 로지가 있다.
로지는 2018년부터 의대에 기증된 시신에서 장기와 뇌, 피부, 손 등 인체 조직과 신체 일부를 몰래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뉴햄프셔주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가져간 뒤 아내와 함께 외부 구매자들에게 판매한 사실도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의학 교육과 연구를 위해 고인의 시신을 기증했던 유족들은 하버드대의 관리 책임을 문제 삼았다. 수십 명의 유족은 대학이 영안실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로지의 범행이 장기간 이어졌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당초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매사추세츠주 최고사법법원은 지난해 10월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기증된 시신들이 수년에 걸쳐 충격적이고 존엄성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취급됐다며, 하버드대가 시신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는 유족들의 주장을 심리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로지는 관련 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지난해 12월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그의 아내도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버드대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피해 가족에 대한 후속조치에도 나선다. 금전적 배상과 별도로 의대는 온라인 설명회를 열어 로지의 범죄행위를 공식적으로 규탄하고 피해 가족들에게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시신 기증자들을 기리는 연례 장학금도 신설한다. 하버드 의대는 로지의 행동을 “비열하고 혐오스러운 행위”라며 의학계가 지켜야 할 가치와 기증자들이 보낸 신뢰를 명백하게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원고 측 변호인 존 모건은 이번 합의를 통해 다른 어떤 가족도 이와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은 세계적인 명문 의과대학에서 연구·교육을 위해 기증된 시신의 일부가 수년간 관리망을 벗어나 불법 거래됐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다. 로지에 대한 형사 처벌에 이어 하버드대의 관리 책임을 둘러싼 민사소송까지 거액의 합의로 이어지면서 시신 기증 프로그램의 관리·감독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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