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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괴담’ 日 국민배우 기시 게이코 별세…향년 93세

  • 김다윗 기자
  • 입력 2026.08.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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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포커스] 일본 영화 황금기를 빛낸 배우이자 작가로 70년 넘게 활동한 기시 게이코(岸惠子)가 별세했다. 향년 93세.


기시의 소속사는 19일 그가 지난 7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가까운 가족과 친족만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1932년 8월 11일생인 그는 94번째 생일을 나흘 앞두고 생을 마감했다.

 

요코하마에서 태어난 기시는 고교 시절 쇼치쿠 영화사의 신인 배우 선발을 거쳐 1951년 영화계에 데뷔했다. 1953년부터 공개된 멜로 영화 〈너의 이름은(君の名は)〉 시리즈의 히로인 마치코 역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당대 최고의 스타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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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영화 황금기를 대표한 배우이자 작가로 70여 년간 활동한 기시 게이코. 〈설국〉, 〈괴담〉, 〈세설〉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한 그는 지난 7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사진=소속사 제공]

 


이후 일본 영화사의 거장들과 잇달아 작업하며 연기 영역을 넓혔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이른 봄〉(1956), 도요다 시로의 〈설국〉(1957), 고바야시 마사키의 〈괴담〉(1964) 등에 출연하며 청순한 스타 이미지를 넘어 연기파 배우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치카와 곤 감독과는 수십 년에 걸쳐 인연을 이어갔다. 〈남동생〉과 〈악마의 공놀이 노래〉, 〈여왕벌〉, 〈고도〉, 〈세설〉 등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2001년 개봉한 이치카와 감독의 〈엄마〉에서는 주연을 맡아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해외 활동에도 일찍 눈을 돌렸다. 1950년대 프랑스 영화감독 이브 시앙피와 결혼한 뒤 프랑스로 건너가 일본과 유럽을 오가며 활동했다. 〈설국〉과 〈괴담〉 등 출연작들이 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되면서 전후 일본 영화를 유럽에 알린 국제파 배우로도 이름을 남겼다.


아시아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특히 중국에서는 1980년대 큰 인기를 끈 일본 드라마 〈혈의(血疑·붉은 의혹)〉에서 주인공 사치코의 고모 오시마 리에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기만이 그의 무대는 아니었다. 50대부터 소설과 에세이를 본격적으로 발표하며 작가로 활동했고, 배우와 집필 활동을 인정받아 기쿠치칸상을 수상했다. 일본 정부의 욱일소수장과 프랑스 정부의 예술문화훈장 코망되르도 받았다.


고령에도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2021년 자서전을 펴냈고 90세를 맞은 2022년에는 도쿄에서 ‘지금을 살아간다’를 주제로 토크쇼를 열었다. 당시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매일을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1951년 데뷔해 일본 영화의 황금기와 전후 문화사를 함께 걸어온 기시는 영화와 문학, 일본과 유럽을 넘나든 70여 년의 활동을 뒤로하고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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