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기술·무역·군사 전반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은 양보하거나 파멸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이분법적 담론이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미국 일부 싱크탱크와 언론은 미·중 관계를 ‘공존 아니면 파국’ 구도로 단순화해 해석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스쿨(HKS) 산하의 벨퍼 과학 국제 문제 센터가 발표한 보고서는 인공지능(AI) 경쟁을 중심으로 미·중이 “평화적 공존 또는 상호 파괴”라는 두 갈림길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기술 발전으로 양국 간 전략적 회피 공간이 줄었고, 충돌이 발생할 경우 어느 쪽도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이 AI를 국가 관리와 산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 활용하는 점을 미국이 체제 경쟁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즈도 최근 대중 경쟁 구도에서 미국이 제조업과 공급망 우위 측면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대규모 제조 역량과 기술 투자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도 자체 대체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은 첨단 반도체와 AI 분야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중국 역시 국가 차원의 투자 확대를 통해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폭스뉴스는 중국이 AI와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 약 1250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고 전하며, 미국이 대응 속도를 높이지 않을 경우 기술 격차가 더 좁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군사 분야에서도 경쟁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지난 20년간 빠르게 진행됐지만, 여전히 미국의 글로벌 군사 우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다만 보고서는 남중국해(South China Sea)와 대만(Taiwan) 문제처럼 직접 충돌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는 위험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성장 속도를 늦추려는 이유도 이런 전략 환경과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력 측면에서는 중국이 세계 2위 경제 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며 제조업 생산 규모는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금융시장 영향력과 군사비 지출에서 우위를 유지하지만, 신재생에너지와 디지털 산업 분야에서는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 전략예산평가센터는 미·중 경쟁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지역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고, 미국은 동맹 강화를 통해 균형을 맞추려 하지만, 제3국 상당수는 양측 모두와 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의 일대일로는 다수 국가와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통로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일방주의적 정책은 일부 동맹국의 전략적 거리두기를 불러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 역시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기술 표준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앞으로 국제 질서 재편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자체 기술 표준 구축과 수출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억제하려는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기적으로는 충돌보다 관리된 경쟁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은 2030년까지 미·중이 현실적 공존 방식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아시아 내 존재감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의 지역적 영향력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AI 규범, 공급망 안정 같은 분야에서는 양국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미 언론의 강경한 표현은 미국 내부의 전략적 불안감을 반영하는 측면이 크지만, 실제 국제 질서는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 구조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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