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과 더부러 새롭게 인식되는 역사 , 그제날 아버지한테서 들은 얘기들 (시리즈 2)
■ 김철균
일본인들의 이중성격
생전에 아버지는 늘 이런 말을 하였다.
“경우에 따라 맘씨 착한 사람이 엄청 엉뚱한 짓과 지독한 일을 한다. 그리고 엉뚱한 짓을 하는 사람의 뒤에는 꼭 그것을 조종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기실 더 나쁘다.”
“사람의 행동과 본질이 다를 때가 많다. 많은 행동이 사람의 본의와 다르게 표현될 때가 많다.”
……
이런 얘기들을 들을 당시 나는 아버지가 말하는 뜻을 해득할 수 없었으며 또한 아버지가 왜 이런 얘기들을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였다.
한시기 일본군 공사장에 끌려가 부역을 한 적이 있는 아버지는 일본인과 많이 접촉한지라 그들에 대해 비교적 아는 것이 많았다.
“일본사람 총명하면서도 어질기도 하다. 또한 그것 때문에 이중성격자로 표현될 때가 많다.”
아버지에 따르면 당시 아버지가 부역을 하는 공사장에는 17-18세나 될가 하는 한 일본군 십장이 있었는데 처음에 그는 마음이 착한 나머지 근본 부역자들한테 큰소리 치는 법이 없었고 또한 부역자들한테 어울려 얘기도 잘 나눴으며 또한 가끔씩 부역자들한테 사탕이나 과자같은 것을 나눠주기도 했다 한다. 그리고 맡은바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 상급 군관한테서 귀쌈도 자주 맞았으며 그렇게 맞은 날 저녁이면 “엄마”를 부르며 하염없이 울군 하여 아버지를 비롯한 부역자들의 동정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한다.
필경 17-18세 되는, 성인도 되지 않은 소년이라 그는 부역자들의 동정을 충분히 불러 일으킬만한 하기도 했다.
헌데 그가 후일 공사장이 감독이 되면서부터 180도로 돌변했다. 부역자들한테 눈알을 굴리며 호통치는 건 물론 아래의 십장한테 귀쌈을 치는 등 행동을 서슴없이 감행했던 것이다.
몇년전 나는 영화 “남경 대학살”을 관람하고 치를 떨었다. 천하에 가장 야만적인 인종이 일본사람들이라고 저주에 저주를 거듭했다. 사람의 목을 잘라 기둥에 걸어놓고, 임신부의 배를 갈라 총창에 태아를 꽂아 쳐들고, 이미 총을 바친 중국군을 무리채로 사살하고…
헌데 패전 뒤의 일본군들의 양상은 그 정반대였다. 광복 후 당시 미처 제때에 귀국길에 오르지 못한 일본군 패잔병들은 훈춘의 농촌마을에도 거주하고 있었는데 우리 집에도 2명이 있은 모양이었다.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순한 양도 그들보다는 더 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삶은 감자라도 배불리 먹여준다고 눈물까지 흘리는 일본인들이었다. 그리고 집안일을 도와 물을 길어주고 나무를 패주며 일을 찾아하던 일본인들이었다. 하다면 마을을 토벌한다 하면 닥치는대로 죽이고 빼앗고 불지리고 하던 일본군과는 너무나도 대조되군 했다.
아버지는 이런 사례를 들면서 일본인들의 이중성격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고 하면서 하나는 상급에 무조건 복종한다는 사무라이 정신의 표현이고 다른 한가지는 착하다 보니 이지를 쉽게 잃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에서 예의가 제일 바른 것이 일본인이라면 지독한 짓을 가장 많이 한 인종도 일본인종이라 할 수 있는 듯 싶다.
그리고 이중성격이라면 일본인뿐 아니다. 문화혁명시기 그 어느 민족보다도 적극적이었던 우리 중국조선족, 또한 한반도에서는 대한항공을 폭파했다는 김현희의 행동… 이 모든 것 또한 이중성격 범주에 속한다고 해야 할 것이 아닐까? (다음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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