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수이(乐水·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10월 초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의 핵잠수함 ‘코네티컷호’가 잠항하던 중 미확인 물체를 들이받아 잠수함이 파손되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그런데 미국은 충돌사고 발생 한 달이 넘도록 구체적인 내용을 숨기면서 국제사회에 정확한 사고 경위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자오리젠(赵立坚)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핵잠수함의 임무 수행과 충돌, 충돌 원인, 방사능 유출 우려 등에 대해 미국 측에 4가지 질문을 날렸고 미 해군 제7함대는 국제 여론의 압력에 못 이겨 지난 1일 간단한 사고조사 성명을 발표했다.
미 해군 7함대는 핵잠수함은 남중국 해상에서 ‘미지의 해저산맥’을 들이받았다고 설명하면서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방사능 유출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이런 기류는 최근 들어 미군의 남중국해 출입과 중국의 영해 주권침해 문제를 국제 이슈로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제도와 그 인근 해역에 대해 명백한 주권을 갖고 있으며 중국인들이 남중국해에서 활동한 지도 2000년이 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몇 년 간 역사적 사실과 남중국해 영토에 관한 중국의 주권성명을 무시한 채 ‘자유항행’이라는 구실을 내세우면서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남중국해 해역에 자주 출동시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군 ‘라슨함’, ‘매케인함’ 등 구축함이 중국 난사(南沙)와 시사(西沙)군도 12해리 수역에 여러 차례 진입했고 바이든 취임 이후 미군의 남중국해 군사작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거의 2배 이상으로 그 강도와 빈도가 높았다.
올해 들어 11월 1일까지 미국의 4개 항모타격전단과 2개 양륙경비대가 차례로 남해로 이동해 총 11회에 거쳐 남중국해에 진출했고 또 5척의 구축함이 중국 시사군도 영해와 남중국해 군도 12해리 인근 수역에 5차례나 진입했다.
‘국제해양법공약’에는 한 나라의 영해 기선인 12해리 이내 해역을 그 나라의 영해범위로 규정하고 영해 내에서 주권을 갖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미 군함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의 영해주권에 대한 강력한 도발이자 남중국해 해역에 대한 안보태세 훼손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내세우는 ‘자유항행’은 더 억지스럽다. ‘자유항행’이란 원래 국제법이 규정한 각국의 공해 상에서의 자유항행과 월선권이었지만 미국은 개념을 바꿔치기를 했다. 미국이 개념을 바꿔 ‘자유항행’을 명분으로 촉각을 중국 영해에 들이미는 것은 국제법에 대한 경멸이자 중국의 주권과 법률에 대한 무시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영해 및 접속구법’은 중국 영해에 들어오는 외국 선박에 대해 명확한 요구를 하고 있다. 그중 제6조에서는 “외국 군용선박의 중화인민공화국 영해 진입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7조에서는 “외국 잠수함과 다른 잠수기가 중화인민공화국 영해를 통과할 때면 반드시 해상에서 항해하고 깃발을 전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핵잠수함의 충돌 사고가 발생한 곳은 중국 영해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미군은 왜 중국에 사전 허락을 요청하지도 않고 깃발을 달고 항해하지도 않았을까?! 이는 미국이 중국에 꼭 알려야 할 문제이다.
법적인 문제 외에도 이번 사태로 인한 방사능 누출도 무시할 수 없다.핵잠수함 방사능 누출 사고는 전 세계에서 많이 발생한다. 1987년 구소련의 핵잠수함 ‘공청단호’가 사고를 당해 바렌츠해 해저에 침몰됐으며 당시 원자로에서 흘러나온 방사능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주변의 바닷물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또 2008년 영국 레알 해군의 핵잠수함 ‘트라팔가호’가 방사능 유출사고로 280l가 넘는 액체들이 바닷물에 방출됐다. 미국의 주장대로 ‘코네티컷호’가 미지의 해저산맥을 들이받았다면 똑같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주변 어업생산과 해양항해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된다. 보도에 따르면 충돌 발생 후 미군은 이미 파견되었으며 WC-135w 핵 정찰기가 남중국해로 나가 정찰을 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국은 미국에 핵 감시 결과 발표를 요구해 남중국해 주변국에 해명을 촉구할 이유가 더 큰 것이다.
잠잠하던 남중국해가 미국이라는 ‘훼방꾼’의 개입으로 시끌벅적 들끓고 있다. ‘코네티컷호’의 충돌사고는 결코 우연이 아니며 미국이 수년간 ‘자유 항행’을 구실로 남중국해에서 바람을 일으킨 필연적인 악과이다. 미국이 ‘자유 항행’의 지지자라고 자부해온 이상 핵잠수함 충돌사고의 실체를 만천하에 밝혀야 할 때이다. 그리고 각국의 선박들에 양심에 부끄러운 일을 한 것처럼 피하고 덮으려고만 하지 말고 각국 선박들이 안전하게 남중국해를 항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BEST 뉴스
-
극우, 이제는 때려잡아야 할 때
극우가 미국으로 건너갔다. 국내의 한 극우 청년단체가 미국에서 첫 공개 활동을 열었다는 소식은 가벼운 해프닝이 아니다. 그들이 쏟아낸 말은 정부에 대한 저급한 욕설, 선거가 조작됐다는 허무맹랑한 주장, 종교를 빌미로 한 선동뿐이었다. 사실은 실종되고 증거는 사라졌다. 남은 것은 음모론과 분열의 광기뿐이다. ... -
인천 앞바다의 선택, 인간애가 남긴 울림
며칠 전 인천 앞바다에서 있었던 구조 소식은 제 마음을 오래 붙들었습니다. 34살 해경 이재석 경장은 새벽 바다에 뛰어들어 위기에 처한 중국인 노인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한밤중의 차가운 바다, 거센 파도 속에서 그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
백두산 현장르포① | 민족의 성산, 천지를 마주하다
[동포투데이] 2025년 9월 26일 아침, 백두산 자락은 맑은 하늘 아래 싸늘한 기운으로 뒤덮여 있었다. 정상에 오르는 길목에는 이른 시간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카메라를 든 한국인 청년들, 러시아와 몽골에서 온 관광객들까지, 백두산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긴 오르막을 지... -
“터무니없는 괴담, 정치 선동의 불쏘시개 될라”
글 | 허훈 최근 온라인 공간에 떠도는 ‘중국인 괴담’은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내년까지 중국인 2천만 명이 무비자로 들어온다”, “아이들이 납치돼 장기 적출을 당한다”는 식의 주장들이 버젓이 퍼지고 있다. 터무니없는 거짓말임에도 수백 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수십 차례 공유하... -
[기획연재②] 윤동주 생가에서 보는 디아스포라 — 교육·신앙·항일의 불씨
[동포투데이] 백두산 자락을 따라 동쪽으로 내려서면 용정시 명동촌이 나온다. 소박한 기와집과 푸른 담장이 맞아주는 이 마을은 시인 윤동주(1917~1945)의 고향이다. 그러나 이곳은 한 시인의 생가를 넘어선다. 근대 조선 민족운동의 요람이자, 교육·종교·문화가 교차한 북간도의 심장부였다. 1906년 서전서... -
[기획연재①] 윤동주 생가에서 보는 디아스포라 — 문학, 민족, 그리고 기억의 장소
[동포투데이] 2025년 9월 25일, 기자는 길림성 용정시 명동촌을 찾았다. 이곳은 애국시인 윤동주(1917~1945)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이다. 복원된 생가는 소박하게 서 있고, 그 앞마당에는 여전히 들판에서 불어온 가을 바람이 머문다. 마을 입구의 표지석은 단순히 한 시인의 흔적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명동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