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4(토)
 


■ 현룡선


사람은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더불어 살기마련이다.

비록 남남끼리라 할지라도 인간은 사회적존재인 까닭에 사회라는 대가정속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협조하면서 살게 되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신세를 매일같이 지고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친구의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나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나와 K의 첫만남은 어느 해 겨울의 어느날부터였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날 나는 평생의 큰 실수를 범했었다. 동창들과의 파티에서 술을 과음했던탓으로 집으로 돌아오던중 그만 길가에 쓰러져 인생불성이 되였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구경거리나 생긴듯이 들여다만 보고있을 때 한 낯모를 40후반의 사나이가 나타나 나를 부축하는 한편 택시를 불러세웠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내가 정신이 들어 눈을 떠보니 내집이 아닌 생소한 온돌방에 누워있었다. 어느새 집주인이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오더니 자기는 K라고 부른다며 자아소개를 하고난 뒤 일의 자초지종을 낱낱이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술해정에는 뭐니뭐니 해도 꿀물이 최고라면서 주방으로 건너갔다.

나는 미안하고 송구스럽기도 하고 한편 그에 대한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금할길 없었다. 아울러 K가 인간적으로 아주 뜨거운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자, 속이 퍽 불편할텐데 어서…”

K가 꿀물이 담긴 큰 유리컵을 들고와 나한테 권했다. 유리컵을 받아쥔 나의 손은 감동으로 파르르 떨렸다.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저런 실수을 할 때도 있는 법이라오.”

K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나는 다시 한번 K를 쳐다보지 않을수 없었다. 실은 술에 취했던 나때문에 퍼그나 애를 먹었으련만 원망이나 화풀이말 대신 되려 이렇게 말하니 나는 쑥스러워 몸둘바를 몰라했다. K가 너무 고맙기만 했다. 알고보니 그는 나와 동갑내기였고 그의 안해는 몇개월전 외국으로 돈벌러 나간 상황이였다. 그리고 그는 고정된 직업도 없이 혼자의 몸으로 자식공부의 뒤바라지를 하면서 어렵게 살아가고있는 형편이였다. 나는 그의 두손을 덥썩 잡고 나의 핸드폰번호며 집주소 등을 알려주면서 우리 서로 친구로 사귀자고 청을 들었다.

그후로 우리는 전화련락도 자주 했고 서로 만나 식사도 함께 하면서 사이좋게 지냈다. 나는 그와의 접촉시간이 길어감에 따라서 그의 인간됨됨이며 연박함이며 특히 그가 인격적으로 아주 단정하고 수양이 있는 사람이란것을 알게 되였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와 자리를 같이 할 때면 꼭꼭 흡연을 삼가했으며 언제 한번 내앞에서 다른 사람들의 험담을 하지 않았다. 그는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있는 형편이였지만 늘 나를 배려하고 큰힘이 되여주군 했다.

아직까지도 나의 가슴에는 잔잔한 감동으로 남아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홀애비생활을 해서인지 가끔씩 스트레스란 병마로 시름시름 앓다가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게 되였다. 왜서인지 세상 모든것이 속절없이 느껴졌다. 삶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며 우울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 K가 나의 병실에 나타났다. 나의 딸자식한테서 뒤늦게야 소식을 듣고 달려온것이였다. 그는 평소 내가 가장 즐겨먹는 만두며 삶은 오리알 등을 비닐주머니에 꽁꽁 싸서 식을세라 가슴팍에 넣어가지고 왔었다.

나는 가슴이 뭉클해났다. 꽁꽁 얼어붙었던 내가슴에서는 뜨거운 난류가 굽이쳐흐르고있었다.

“이보게, 안해가 없는 홀몸일수록 더욱 자신의 건강에 신경써야지.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해야지 않겠는가?!”

그는 호주머니에서 돈 300원을 꺼내서 내손에 쥐여주었다. 나는 그의 어려운 생활형편을 잘 알고있는지라 돈만은 절대 받을수 없다면서 극구 사절했다. 그는 소탈하게 웃으며 친구로서 이만한 성의도 없으면 되는가고 하면서 기어히 돈을 베개밑에 넣어주는것이였다.

“사람이 살아가노라면 혼자서 넘기 어려운 이런저런 고비가 있는법이라오. 진정한 친구란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야 하지 않겠소?”

그의 진심어린 목소리에 접한 나는 처음으로 그의 앞에서 굵다란 눈물을 쏟고말았다. 참으려 해도 자꾸 흐느껴만졌다. 그 시각 K와 함께 했던 하나 또 하나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언젠가 딸자식을 데리고 거리에 나갔다가 K를 만났었는데 딸자식이 중점대학교에 입학했다고 자랑했더니 K는 자기의 일처럼 기뻐하며 기어코 우리 부녀를 백화점으로 이끌고가서 딸자식한테 축하선물을 사주었던 일, 그의 집에 놀러갔을 때 내가 즐겨먹는 배추김치를 큰 밥통에 푸짐하게 담아주던 일, 안해가 없는 혼자의 살림에 항상 썰썰해하는 나를 보고 “친구, 뭐가 제일 먹고싶소?”하는 물음에 주저없이 “초두부”하고 익살을 부렸더니 진짜로 그릇을 갖고 시장에 나가서 초두부를 사다주던 일 그는 항상 받는것보다 주는것을 락으로 여겼다.

나뿐만 아니라 자기의 기타 친구들에 대해서도 늘 관심하고 즐겨도와 나서군 했다. 나한테 마음이 따뜻한 이같은 친구가 있는것이 참 자랑스럽고 행운스럽기만 하다. 부지중 나는 요즘의 현실에 대해 생각을 굴리게 되였다. 돈의 위치가 점점 높아가면서 친구와 친구 사이가 점점 멀어져가고있다. 친구간에 옴니암니 제안속만 챙기는 불미스러운 일들이 종종 발생하고있다.

자신의 불찰로 친구들을 잃고 외기러기신세로 살아가고있는 무미건조하고 가련한 인간들이 허다한줄 알고있다. 서글픈 현실에 마음이 무거워나며 한숨이 자꾸 흘러나온다. 실은 친구가 없이 혼자 떨어져 산다는것은 지극히 괴로운 일, 곰곰히 생각을 더듬어보면 사람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이래저래 친구를 사귀게 된다.

주위의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하냐 아니냐에 따라서 삶이 즐겁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다. 친구의 관계가 중요함을 알고있는 까닭에 사람들은 자기 친구들과의 사이가 원만하기를 념원한다. 그 념원의 달성을 위해 신경도 쓰고 노력도 한다. 하지만 어떤 “위인”들은 머리를 굴려 약은 수법으로 자기의 안속만 차리는바람에 친구들로부터 미움을 산다. 종당에 이런 인간한테는 소수의 친구도 없게 된다. 곁에 친구 하나 없는 현실을 상상해보라. 얼마나 견딜수 없는 지리한 세상일가?! 친구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하기 위해서는 때론 밑질줄도 아는것이 삶의 지혜가 아니겠는가?! 받기만 하려는 사랑이 깊을수 없고 오래갈수 없음은 당연한 리치이다.

친구간에 서로 있으면 있는만큼 적으면 적은만큼 베풀며 살아간다면 그 삶은 얼마나 즐거울가?! 따지고보면 사회생활에서 가족다음으로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는 사람은 친구이다. 얼마나 많은 친구를 가졌느냐보다도 얼마나 좋은 사람을 친구로 가지고있느냐가 더욱 중요한줄로 안다. 사실 좋은 친구가 곁에 있으면 필경 삶은 즐거워지게 되는법이다.

살다보면 생활의 리듬과 균형을 잃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로를 느낄 때가 종종 있게 된다. 이럴 때 친구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은 좋은 “약”이 된다. 나의 인생행로를 뒤돌아보면 K가 나의 신변에 있었기에 내가 삶의 압력에 주눅이 들지 않고 지금까지 씨엉씨엉 걸어올수가 있었다고 할수 있다.

K는 나한테 사람이 사는 철리를 배워준 고마원 친구이다. 항상 자기의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여주는 K의 그런 삶의 자세, 내가 거울로 삼아야 함은 심심히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나도 K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소중한 친구로 다가가리라 속다짐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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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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