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과 더불어 새롭게 인식되는 역사, 아버지가 보는 한반도, 한반도의 고대역사
■ 김철균
아버지는 반문맹이었다. 지난 세기 30연대초(?)엔가 조선에서 건너온 독립활동가들이 세운 야학에서 한글 정도를 좀 익혔을 따름이지 거의 문맹이나 다름이 없었다. 헌데 아버지는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잘 엮었다. 아마 머리가 좋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제날 아버지가 하는 얘기들을 듣노라니 참 재밋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지금 와서 곰곰히 분석해보면 어떤 얘기들은 진짜로 일리가 있었고 역사적으로도 맞아떨어지는 것들이었다. 특히 한반도 역사에 대해서 그랬다.
지도를 봐도 알다 싶이 한반도는 중국대륙의 동북쪽의 한쪽 변두리에 붙어 있으며 일본과는 바다를 사이두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왜구(현재의 일본)가 늘 조선을 건드릴까 했고 그럴 때마다 조선은 중국의 도움을 크게 적게 받군 했다. 왜구의 욕심은 단지 작은 반도에 불과한 조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중국대륙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고 중국 또한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도 조선을 지원했고 또한 여러모로 보호해주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조선은 알게 모르게 중국의 “속국”처럼 되기 마련이었다. 속국이란 뭔가? 대국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어야 하고 정기적으로 곡물과 여인 등을 갖다바쳐야 하는 것이 속국으로서 반드시 이행해야 할 것들이었다.
하긴 중국의 수나라가 조선을 침략한적이 있고 조선의 고구려 역시 중국 동북지방을 차지한적도 있었으나 양국간의 수천년 역사상 이런 일은 아주 적었으며 전반을 보면 중국이 조선을 지켜주고 보호해준 한편 조선은 중국의 아부하며 굽신거린 역사가 더 길었다 할 수 있었다.
“사람도 약하면 강하거나 큰 사람한테 빌붙어갖고 자신을 보호하기 마련이다. 약하면 자존심이란게 생길 수가 없다. 이는 사람 사는 세상의 이치이다.”
이렇게 얘기한 아버지의 이론처럼 조선의 반만년 역사에서 조선은 고구려, 신라, 백제 등 반도내 동족간의 군사충돌은 비교적 심했으나 아
주 오랫동안 외래침략자에 의해 점령당한적은 없었다. 중국한테 아부했으니 중국의 보호를 받았으며 이러한 중국의 보호벽이 있으니 왜구의 크고 작은 침략에도 버티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조선의 근대사에 와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수천년동안 보호벽이 돼주던 청국(중국)이 조선을 지켜주기는커녕 자기 자신도 건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서기 18세기에 있은 아편전쟁을 계기로 서방의 8국연합군이 바다 건너 중국으로 쳐들어와 서로 뜯어먹기를 했는가 하면 청일전쟁에서도 청국은 패전국이 됐다. 그리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그 틈바구니에서 조선이 입은 피해도 상당했다.
이렇게 청국이란 이 보호벽이 허물어지면서 조선은 더는 자체의 힘으로 자기의 나라를 지켜낼 수 없었으며 결국 1910년 “한일합방”과 더불어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되고 말았던 것이다.
당시 아버지의 이러한 얘기들을 들으면서 아버지가 왜 이러한 얘기들을 어린 나한테 들려주는지에 대해 거의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아버지가 아는 것이 많구나 하고 감탄할 때가 많을뿐이었다.
하지만 한반도의 지난 역사와 오늘의 현실, 그리고 중국 조선족을 포함한 세계 각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는 우리 한민족의 현실을 정시하노라니 아버지가 한 얘기들은 그 구절구절마다 심오한 그 무엇인가를 담고 있은 것이 분명했다.
우선 우리 한민족은 자아정체를 감추고 사는 경우가 많다. 한반도의 상황을 놓고만 봐도 옛날에는 중국문화의 전파로 마치 한문을 많이 알면 가장 박식한 사람으로 취급되었으나 일제시대에는 일제의 강압정치로 자기의 글과 말마저 빼앗기었으며 지금은 또 미국문화의 영향으로 남측 한국사회는 미국식 영어가 난무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 러시아에 사는 고려인과 재미동포 및 우리 중국조선족의 문화는 제각각이다. 점점 한민족이라는 정체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그 어디에 가서 살아도 중화의 전통을 잃지 않는 화교나 소화문화의 맥을 이어가는 일본인과는 선명한 대비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다음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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