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파나마 정부가 중국을 방문 중인 자국 의원단을 향해 “중국을 존중하지만 자국 법과 주권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전달하라고 요구하면서, 최근 불거진 선박 규제 논란과 함께 양국 관계에 미묘한 긴장이 감지되고 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하비에르 마르티네스 아차 파나마 외교장관은 현지시간 4일 중국을 방문 중인 의원단을 향해 “파나마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제기된 ‘파나마 선적 선박 규제’ 문제와 관련해 “파나마는 중국을 존중하지만, 헌법과 사법 판단을 최우선으로 준수한다”며 “사법 판결이 자국 상선에 대한 경제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중국 내에서 파나마 선적 선박에 대한 검사 강화와 운항 지연 사례가 이어지며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중국을 방문 중인 파나마 의원단은 총 7명으로, 지난 3일 입국해 10일까지 일정을 소화한다. 이번 방문은 양국 의회 교류 차원에서 추진됐다.
대표단을 이끄는 파치 리 의원은 “중국의 경제 성장 경험을 직접 확인하고 다양한 협력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며 화웨이 방문과 광저우 수출입상품교역회 참관 일정 등을 공개했다.
그는 또 “이번 방문은 단순한 행사 참여를 넘어 국내에 실질적 답을 제시해야 한다”며, 대표단 중 다수가 원주민 자치지역 출신인 점을 언급하고 “불평등 해소 문제도 주요 의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방중을 둘러싸고 파나마 내부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선박 규제 문제를 이유로 방문의 적절성을 문제 삼았고, 과거 대만을 방문한 이력이 있는 의원은 ‘자유’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무소속 성향의 루이스 두케 의원은 “외교 정책은 행정부의 권한”이라며 “국가 재정이 투입되지 않고 국가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도 이번 사안에 개입하는 모습이다.
주파나마 미국대사관은 사이버 범죄 대응 협약인 부다페스트 협약 등을 언급하며 중국 기업을 비판했고, 중국 측은 이를 즉각 반박했다.
중국 주파나마 대사관은 5일 “근거 없는 비방과 허위 정보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어떠한 외부 간섭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을 방문 중인 하이로 살라차 의원도 공개적으로 미국의 개입을 비판했다.
그는 “파나마는 주권을 가진 독립 국가이며, 어디를 방문할지는 스스로 결정한다”며 “외부의 간섭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전략적 요충지인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미중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약 5%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로, 항만 운영권 문제 역시 양국 간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특히 CK허치슨 홀딩스 계열사가 운영해 온 항만 계약이 올해 초 파나마 대법원 판단으로 무효화되면서 분쟁이 본격화됐다.
해당 기업은 파나마 정부를 상대로 20억 달러 이상 규모의 국제중재를 제기했으며, 업계에서는 판정까지 최소 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파나마가 미중 갈등에 휘말린 측면이 있다”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는 여전히 양호하다”고 밝혔다.
다만 항만 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갈등을 확대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미국 측은 최근 중국이 파나마 선적 선박에 대해 과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연방해사위원회는 관련 사례 증가를 언급하며 “이례적 수준”이라고 지적했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경제적 수단을 통한 압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선박에 대한 검사는 법과 규정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라며 “항만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은 외부 세력”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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