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9(일)
 
 

내가 출국하기 전에 집에 앉아 들을때는 대한민국이 그냥 사기군이나 나쁜 사람들만 살판치는 인간지옥인 줄로 알았다. 그래서 얼마나 겁을 먹었던지 나같은 멍청이는 그냥 집에서 제털 뽑아 제구멍에 박듯이 살림이나 알뜰히하면 그깟 무서운 한국에 가서 돈버느라 하기보다 훨씬 나으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상일은 언제나 사람들의 생각을 거스르고 엇나가기만 하는것 같다. 가산을 다 털어서 한국 수속에 처넣으면서도 부로커한테 사기나 당하고 한국에 못간 이들이 수두룩하건만 나같이 죽어도 한국가기 싫어하는 인간한테는 더구나 기막힌 사정으로 한국행을 이루어 놓은 것이였다.


남편이 죽고 어쩔수 없이 싫었던 한국땅에 떨어진 나인데 놀랍게도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원래는 내가 듣고 생각했던 것처럼 살벌한 땅이 아니고 우리 중국하고 꼭같은 하늘아래, 착한 사람들이 더많이 사는 곳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것이다.


인구비례로 나쁜사람은 조금있을 것이지만 간곳마다 만나지도록 많은 것은 아니였다.


그래서 나도 차츰 한국에서 이런저런 불이익을 당했다는 교포들의 사정을 귀담아 듣게 되였고 그러는 가운데 많은 문제점을 발견했다. 즉 사기당하는 사람 대부분이 경계심이 낮아서 당할 조건을 이미 마련해 놓고 있은 것이다.


내가 아는 어떤이는 불법체류자라 은행통장을 한국인의 이름과 주민등록증을 빌려서 만든 것인데 몇년을 먹지도 쓰지도 않고 벌어 모았던 뭉치돈이 어느날엔가 허망 날아났다고 했다. 물론 돈은 이름을 빌려준 통장주인--한국인이 빼간 것이라 해야겠다.


남의 피같은 돈을 그렇게 후무려서 꿀꺽한 그 인간은 첫째로 천벌을 받도록이 나쁜 인간임에 틀림없다. 또 그런일을 당한 사람도 참말로 억울해서 피를 토하게 기막힐 것이라 동정은 가지만도, 당초에 좋은 제 이름을 놔두고 왜 한국인 이름을 빌려서 통장을 만든단 말인가? 오랜 중국말 속담이 하나 있다. 害人之心不可有防人之心不可无해인지심불가유 방인지심불가무라 즉 남을해칠 마음은 있으면 안되지만 남을 경계하는 맘은 없으면 안되리 뭐 이런 소리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불법체류자는 은행통장을 만들수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천만에! 나역시 불법체류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내 이름으로 된 통장이 다섯개나 되는데 그것들을 기념으로 다 가지고 왔다. 언제든 다시 가게되면 쓸수가 있는 것들이다. 원래 자기의 신분을 증명하는 여권만 있으면 얼마든지 통장을 낼수가 있는데 은행에 가서 확인도 하지않고 그런 소리를 하니까 나중의 불행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간지 며칠되지 않아서 나는 인감도장 하나를 팠고 그걸 가지고 먼저 국민은행에 가서 통장을 냈다. 물론 은행에서는 외국인 등록증을 요구 했었지만 나한테 그런것이 있을리가 없다. 그래서 난 아직 온지가 얼마되지 않아 그런게 없다고 사실대로 말했고 은행직원은 그런 내사정을 여기저기 전화로 문의한 후에 별로 까다롭게 굴지도 않고 통장을 만들어 줬었다. 그들이 요구하는 연락 주소란에는 아직 핸드폰도 없으니까 내가 미리준비해 뒀던대로 남편이 몸담고 일했던 서울 길동의 강동주유소 전화번호를 적어 넣었고……


온양에 가니까 국민은행은 멀리있고 가게 근처에 기업은행이 있는지라 다시 기업은행 통장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역시 외국인 등록증을 요구하는데 그때 이미 사망가족 체류 허용기간이 지나서 불체자 된 신세지만 불체자란 소리는 하지않고 그냥 그런것이 없다고 했더니 그게 있어야 하는데 또 그런소리다. 그래서 내가 국민은행 통장을 내보이면서 거기서는 그런소리가 없이도 통장을 만들었다고 조금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는 신통한 내수법으로 그럼이만 국민 은행에 다시 가보겠다고 의자에서 엉뎅이를 들썩이니까 직원이 깜짝 놀래서 날 보고 그냥 앉아 있으라 하고는 역시 여기저기 알아 보더니 통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였다.


다시 경북에 가니까 거긴 너무나 시골 벽지여서 국민은행에 기업은행은 다 버스를 타고 수십리는 나가야 하는 영주시에 있고 가까운데는 농협뿐이였다. 나는 그래서 또 같은 수법으로 농협통장을 만들려했고 한결같이 외국인 등록증은 요구하지 않는데가 없었다. 하여 나한텐 그것이 없다고 사실대로 말했고 내이름으로 된 국민은행 통장과 기업은행 통장을 다 꺼내서 그들한테 보여주면서 그래도 기어이 안된다면 그냥 가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들이 더 안달이나서 날보고 가만 앉아 계시라더니 이번엔 은행장님께서 친히 나오셔서 나한테 깍듯이 허리굽혀 인사까지하고 손수 접대 하신다. 그 은행장님이 내 여권을 다시 한번 상세히 훑어 보시더니 여기저기 전화로 문의 하고서는 별일 없다면서 통장을 만들어 주셨었다.


통장 여러개 만들면서 나는 내가 그들한테 얼마나 크고 중요한 고객인지를 알게 되였다. 하긴 먹고살기 힘든 한국인들이 얼마를 벌면 기본생활비말고 우리교포들처럼 다달이 백수십만원씩 저금하랴! 그래서인가 난 대한민국에 있는사이 여러은행의 프리미엄스타고객에 그린고객에 다 되여서 수수료 같은 것도 면제받고 설명절이면 또 한국인과 꼭같이 푸짐한 선물도 챙기면서 참말로 기분좋게 지낸것 같다.


고객이 왕인 세월에 왕이 신하를 무서워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우리가 불법체류자이긴 하지만 돈에는 불법체류자가 번돈이라고 따로 표시되여 있는게 아니므로 은행쪽 입장에서 볼때엔 꼭같이 소중한 왕일 것이다. 한데 한번 부딪혀 보지도 않고 황당하게 남의 이름으로 된 통장에 저금을 꼬박꼬박 넣었으니 살기힘든 남의 비위나 건드려 놓은격이 아니겠는가?


사람의 마음이란 환경의 지배를 받아서 천천히 변하는 것이라고 본다. 처음부터 누구라고 그런 못된짓을 하고  싶었겠는가? 살다보면 더러 어려운 상황이 올수도 있고 또 어려움을 겪으려니까 자기 이름으로 된 통돈이 눈앞에서 흔들 거리는데 감질막나서 참을수가 없었으리라. 그래서 처음엔 그냥 조금쓰고 돈 있을때 갚으려 했을수도 있었지만 나중에 더구나 어려워져서 갚을 형편이 못되니까 그냥 도둑에 얌치에 다 돼버리고 사기군으로 전락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말하고보니 내가 도둑놈의 편에서서 그들을 변호한것이 아닌가 여겨지고 또 욕을 바가지로 얻어 처먹게 생겼구나 그런 걱정도 없지 않지만, 아무리 뒤집어서 다시다시 생각을 해도 그런 손해는 경계가 없은 우리 자신들의 탓임을 부정할수가 없다. 비린것을 좋아하는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기면 거덜이 날게 뻔한 일인데도 소홀히 맡겼을때 멍청한 생선가게주인이 첫째로 미련하고, 생선가게를 송두리째 결딴낸 고양이는 그냥 멋모르고 생선이 좋아서 맛있게 먹어버린 잘못밖에 없지 않는가? 또 강아지가 잡혀 먹힐줄을 번연히 알면서도 범한테 강아지 꿔주는 것도 모자라는 인간이 하는 짓이고…


살기 힘든 사람들의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 놓고 그돈이 어찌 안전하리라고 믿는가 말이다. 혹시 착하고 괜찮던 사람도 견물생심见物生心으로 맘이 변하는수 있거늘 그 사람을 언제 알았다고 그리 방심放心할수가 있다는 말인가? 돈이란 특수한 물건이여서 원래부터 진짜 내돈이라 해도 내주머니만 떠나면 내것이 아니다. 그게 부모자식 사이나 부부간이라도 그래서 딴주머니가 꼭 필요한터에  생면부지의 남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있을 당시 한국에서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임금체불로 여기저기서 많은 문제들이 터지고 그것 때문에 한국의 양심있는 민간인 단체들이 고맙게도 나서서 악덕업주를 처벌하고 외국인 노동자를 대신해서 체불임금을 받아낸다 어쩐다 시끌벅적 했었는데 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고 답답하기만 했었다.


사람이 한곳에 심어놓은 땅나무도 아니고 얼마나 머리가 안돌면 임금체불이 수천만에 달할때까지 한곳을 떠나지 않고 불행만 키우고 있었을까 싶다. 한달쯤 월급을 주지 않으면 떠나야 하는데 그냥 더있으니까 밀린월급이 백만에서 이백이되고 나중에 이천만에 삼천만에 그러다가 한푼도 못받고 신고 당해서 쫓겨오는 경우도 있고…


생각하면 잇발이 갈리고 치가 떨려서 악덕업주놈을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그심정 이해하고도 남을 일이지만, 그것 역시 곰곰히 생각하면 자신들이 어리석은 탓이라고 본다. 그냥 미련한 내 머리로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백만을 주기 싫거나 못주던 인간이 오백이나 천만을 어찌주며 이천만 삼천만은 더구나 어떻게 줄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줄수 있더라도 양심에 문제가 있는 인간이면 주기가 아까울 것이고 그래서 다른 꼼수를 생각해 볼때가 된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맞춤한 그때를 자신이 만든것이 아니라고 말할수가 있는가?


당초에 하는 짓거리를 봐서 백만쯤 임금이 밀리면 천하없는 일류직장이라도 미련없이 떠나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 오히려 백만은 큰돈이 아니니까 나중에라도 받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게 아닐것이다. 만약에 업주가 진짜로 못된 인간이여서 그것마저 기어이 주지 않는대도 수업료를 지불한 셈으로치고“야 이나쁜 인간아! 피같은 그돈으로 뒈질때까지 실컷 잘처먹고 뽐내며 잘살아라!! 내가 두고두고 저주해서 네눔이 그돈의 만배되는 괴로움을 겪게 만들거다!!!” 그쯤 욕이나 시원히 해버리면 속도 조금 풀려서 너무 억울하지 않을 것이다. 어디가도 일자리는 찾을수가 있고 또 대한민국에는 필경 좋은사람이 나쁜사람보다 훨씬 더많은 거니까 만나는 이마다 그런 악덕일수는 없다. 한즉 첫시작을 봐서 그닥잖으면 미련없이 떠나는게 상책중의 상책上策이라고 본다.


나는 한국에 가서 거의 십년세월을 살았지만 그런 악덕업주를 만난적이 없다. 조금 괴롭힘은 당했더라도 월급은 한푼도 곯은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경북어떤두메에 있는 모텔사모님이 나의 월급을 달마다 일주일쯤 미루어서 준것인데 도리라면, 그곳은 하도 벽지라 일군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내가 만약에 월급을 타자 다른 일군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떠난다면 곤난할 것이라고 그래서 그런다고 했었다.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도 난 그일주일마저 기다리기가 무지 힘들었던것 같다.


그리고 다른 곳들에서는 모두가 제날짜에 월급들을 줬었고 어떤데서는 하루씩 앞당겨 주고 명절때면 며칠씩 앞당겨 주는곳도 있었다. 돈을 바라고 일하는 사람들이 돈을 주지 않는다면 무슨 힘이나서 일들을 하겠는가.


그래서 내 경험을 미루어 우리 동포들께 권고하고 싶다. 누구든 일은 착실하게 열심히 하되 아무리 맘에드는 직장일지라도 떠나기 싫어하는 눈치는 절대로 보이지 말아야 하는 반면에 수시로 떠날 준비하고 있음을 주인도 알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일잘하는 착한일군이 어느날 갑자기 떠나 간다면 가게에도 손해니까 잘해주는 수밖에 없다. 또 실제로 떠나는 것이 나쁜일만은 아니므로 겁내지 말고 늘 준비하고 있는게 좋다. 나무는 옮기면 죽지만 사람은 옮기면 더잘살수가 있다.树挪死人挪活이것 역시 주옥같은 우리 중국말 속담이다.


그렇다고 이산에서 저산이 높아 보이고 또 남의 밥그릇만 더커보여서 끝없이 일자리나 바꿔다니는 메뚜기일군으로 주인이나 자신한테마저 해를 끼치는 미련한 인간이 되라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그냥 내돈이 해를 볼것 같을때, 준비해 뒀던대로 미련없이 훌--쩍 떠나서 불필요한 손해를 보지 말라는 말이다.


내 돈은 하늘이 두쪽이 날지언정 내 스스로 지켜야 한다. 스스로를 지키는것이 남도 지키는 것이며 도둑이나 사기군이 될뻔한 사람들이 기로에 들어 서는것까지 미리막는 셈이니까 결국은 그들도 구해주는 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훈이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내돈은 내가 지킵시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